길치
집순이와 길치는 같은 단어 아닐까?
생각해 보면 그런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고.
아무튼 지간에 집순이가 된 건 길치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내편에서 보면.
오늘은 장날이다.
먹고 싶은 것
먹어볼 것
구경할 것…
이 모든 걸 한방에 해결할 수 있는 날.
아침 일찍 나섰기도 했지만 어제 비가 온 탓에 날이 춥다.
버스를 기다린다. 10분이 남았다 오기까진.
미쿡에선 상상도 못 할 일이 고국 이곳 시골임에도 불구하고 누린다 아니 누려본다.
그 첫 번째는 0000번 10분
고것참 신기하다. 시골사람 도시에 가면 높은 빌딩 몇 층인지 세어보는 것처럼 마냥 신기하다.
그 10분이 5분 3분 그리고 1분이 되면 여지없이 버스가 오는 게 보인다
고것~참 … 신통방통하다. 우찌 알고.
그 두 번째는 따숩은 온돌 의자.
추운 겨울 안성맞춤이다.
미쿡집에도 없는 온돌방이 정류소마다 있다니.
고것~~ 참 …
그리고 세 번째는 덤이다 덤.
장날 아니 장날 아니어도 시장에 가면 누릴 수 있는 덤.
5000원에 이만큼 이라며 담아 놓은 콩나물, 멸치, 번데기… 그치만 봉지에 담기는 건 한주먹 더.
그래 이 맛에 시장에 간다.
그래 이 맛에 장날 구경도.
사람이 많아 버스 안에도 길에도 시장에도 밥집에도 다니기 힘들어 비집고 다녀야 하지만
그래 이 맛에.
길치 오늘도 어김없다.
막둥이랑 다녀 이곳저곳 정신없이 다녀도 길 잃어버릴 염려 없이 다니다 막둥이 다른 곳에 일 보러 잠깐 간다고 버스정류소 앞이 이길로 가면 나온다며 가르쳐준 길 가다 옷집에 잠시 들러 구경 후 방향을 잃었다
아뿔싸… 등에 땀이 쪼르르륵
아뿔싸… 머리가 하얗게
어디를 둘러봐도 사람만 보인다
어디를 둘러봐도 어디로 나가야 할지 모르겠다.
그렇게 멍하니 서있다 일단 ‘어디든 길을 나가면 보이리라 ‘ 생각했지. 그래서 한 길을 택해 끝까지 걸어갔다. 그런데 찻길은 보이는데 기다려야 하는 버스 정류소가 안 보인다 그래서 한번 더 멍….
정신을 차리고 한 방향으로 가다 보니
드디어 보인다. 끼~~~ 아~~~ 악.
여기서도 누려본다. 그 뜨끈한 온돌의자.
집에 가는 버스가 한대 두대 세대가 지나가는데 막둥인 아직이다.
온돌의자도 오래 앉아 있질 못한다.
오늘은 장
여긴 시골
어르신들이 많다 그것도 아주 많이.
앉았다 어르신이 오면 일어서고
버스가 오면 다시 앉고…
그렇게 앉았다 일어섰다 하다 보니 막둥이가 온다.
버스를 기다리는 이도 내리는 이도 타는 이도 많다 많아. 그래도 다음 장날이 기다려지는 건
다음엔 뭘 볼지
다음엔 뭘 먹을지
그리고 다음엔 뭘 살지가 궁금해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