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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 2

사진

by 블루 스카이

여행을 하고 돌아오면 정리해야 할 것이 아주 많다.

눈에 보이는 것부터 시작해서 보이지 않은 것까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정리해야 할 것엔

추억 속에 남은 좋은 기억

그리고 기억 속에 남은 씁쓸한 추억.

좋은 기억은 두고두고 입가에 미소를 가득 남기지만

씁쓸한 추억은 두고두고 눈가에 주름만 한가득 만든다

그래서 미소는 남기고 주름은 지워야 한다.

그렇지만 지운다고 연필로 쓴 글 지우개로 지운 것 마냥 깨끗하게 지워지지 않고 흔적을 남긴다.

지웠지만 무슨 일이,

지워졌지만 어떤 기분이었는지는

지우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게 자의든 타의든 상관없이 그저 좋고 그렇지 않았다는 기억으로 말이다.


이렇듯 기억은 좋고 그렇지 않고 가 있지만

사진은 다르다.

그저 좋고 행복했고 기뻤으며 벅참으로 가득 찬 선물 바구니처럼.

하나를 열면 웃음 가득하고

하나를 열면 미소가 흐르다 못해 넘친다 넘쳐 그려^^

아~~ 그래서 우리는 사진을 찍어 보고 보고 또 보고를 하나보다.

아~~ 그래서 이번 방문 땐 유독 사진을 많이 찍었나 보다.

뭘 보던지 얼굴 가득 웃음이고 미소다.

그렇지만 이런 장면으로 가득한 사진도 정리 대상에서 예외일 순 없다.

그 정리 1순윈

배경은 이쁜데 내가

다들 예쁜데 내가

느낌 좋은데 내가

그래 그렇다.

배경이

남들이

느낌이

중요한 게 아니다.

사진에서 젤 중요한 건 무조건 나

뭐라고 젤 중요한 게 사진에서?

”그래, 바로 그거다 나. “

그게 지워지는 1순위 중 첫 번째


그렇지만 사진에도 예외는 있다.

비록 내가 이쁘지도 멋있지도 잘 나왔지는 않았지만

지울 수 없는 그런 사진이 있다.

뭐라 표현할 수도

뭐라 쓸 수도

뭐라 말할 수도 없지만

보면 아는. 그래 딱 보면 아는 그런 사진이.

때론 마음 한구석이 아리고

때론 머릿속이 텅 비고

때론 미소가 아닌 아~련한 그런 사진이지만

이런 것은 정리가 아니라 저장해야 한다 마음 깊숙이.


어디를 가든

뭐를 하든

누구랑 하든

어김없이

남기는 사진

이렇게 남아있는 모든 장면은 그냥 사진이 아니다.


그건 마음…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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