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여행을 하고 돌아오면 정리해야 할 것이 아주 많다.
눈에 보이는 것부터 시작해서 보이지 않은 것까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정리해야 할 것엔
추억 속에 남은 좋은 기억
그리고 기억 속에 남은 씁쓸한 추억.
좋은 기억은 두고두고 입가에 미소를 가득 남기지만
씁쓸한 추억은 두고두고 눈가에 주름만 한가득 만든다
그래서 미소는 남기고 주름은 지워야 한다.
그렇지만 지운다고 연필로 쓴 글 지우개로 지운 것 마냥 깨끗하게 지워지지 않고 흔적을 남긴다.
지웠지만 무슨 일이,
지워졌지만 어떤 기분이었는지는
지우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게 자의든 타의든 상관없이 그저 좋고 그렇지 않았다는 기억으로 말이다.
이렇듯 기억은 좋고 그렇지 않고 가 있지만
사진은 다르다.
그저 좋고 행복했고 기뻤으며 벅참으로 가득 찬 선물 바구니처럼.
하나를 열면 웃음 가득하고
하나를 열면 미소가 흐르다 못해 넘친다 넘쳐 그려^^
아~~ 그래서 우리는 사진을 찍어 보고 보고 또 보고를 하나보다.
아~~ 그래서 이번 방문 땐 유독 사진을 많이 찍었나 보다.
뭘 보던지 얼굴 가득 웃음이고 미소다.
그렇지만 이런 장면으로 가득한 사진도 정리 대상에서 예외일 순 없다.
그 정리 1순윈
배경은 이쁜데 내가
다들 예쁜데 내가
느낌 좋은데 내가
그래 그렇다.
배경이
남들이
느낌이
중요한 게 아니다.
사진에서 젤 중요한 건 무조건 나
뭐라고 젤 중요한 게 사진에서?
”그래, 바로 그거다 나. “
그게 지워지는 1순위 중 첫 번째
그렇지만 사진에도 예외는 있다.
비록 내가 이쁘지도 멋있지도 잘 나왔지는 않았지만
지울 수 없는 그런 사진이 있다.
뭐라 표현할 수도
뭐라 쓸 수도
뭐라 말할 수도 없지만
보면 아는. 그래 딱 보면 아는 그런 사진이.
때론 마음 한구석이 아리고
때론 머릿속이 텅 비고
때론 미소가 아닌 아~련한 그런 사진이지만
이런 것은 정리가 아니라 저장해야 한다 마음 깊숙이.
어디를 가든
뭐를 하든
누구랑 하든
어김없이
남기는 사진
이렇게 남아있는 모든 장면은 그냥 사진이 아니다.
그건 마음…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