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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쫑알쫑알 대는 사람 Jul 27. 2023

오늘의 멜랑 꼴리(melancholy)  

사전적 정의를 그대로 빌려보자면, 딱 이렇다 할 이유는 없는데 괜히 기분이 울적하거나 애매한 느낌 적인 느낌이 바로 멜랑꼴리(melancholy)라고 한다.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느낌인데 사전이 꽤 명료하게 설명해 준다.


발 디딜 틈도 없이 지하철에 '꾸깃 꾸깃' 모인 사람들 틈 바구니에서 정체 모를 가방에 뒤통수도 맞았다가, 우산에 발등도 찍혔다가 하던 어느 아침, 이 정도면 샌드백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지쳐 영혼이 나가려던 그때 눈앞에 좌석이 비는 대단한 사건이 벌어진다. 출근길 지하철을 상상하면, 대단한 사건이라고 밖에는 표현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반짝'


눈을 빛내며 아직 온기가 남아있는 빈 좌석에 엉덩이를 잽싸게 붙여 보니, 여기가 바로 천국! 양손 가득 들고 있던 가방이며 우산은 얌전히 접어 무릎에 올려 두고 남는 손으로는 '이 정신없는 출근길 지하철에 의자에 다 앉아본다' 메시지로 '희희낙락' 해댄다.


역시 샴페인은 너무 빨리 터트릴 일이 아니라는 말이 맞나 보다. 바로 다음 정거장에서 내 앞에 선 할머니께 반사적으로 자리를 내어드리고는 다시 흔들리는 지하철에 나부끼는 중이다.


문득 밀려오는 이상한 멜랑꼴리. 지하철에서 자리 양보야 일상이거늘 같은 상황 다른 느낌에서 오는 이질감인가 아니면 그냥 철부지 같은 마음 인가. 자리를 양보할 때면 으레 '가방이라도 들어주겠다' 날아오던 주름이 잡힌 투박한 손이라 든가 손 사레 타이밍 이라든가 없이 당연한 듯 물끄러미 바라보시는 이 순간이 마냥 겸연쩍은 내가 있달까.


당연한 듯 당연하지 않은 듯, 잘은 모르겠지만 어디선가 불어오는 오늘의 멜랑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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