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나처럼"이란 말 절대 금지!
어느 평화로운 주말 이른 아침, 나를 깨우는 소리는 알람 소리도, 점심을 먹으라는 엄마의 외침도, 무언이지만 더 거센 압박인 부엌에서 '달그락' 하는 소리도 아니었다. 때 아닌 전화로 잠을 깨워 명령하는 친구의 목소리다. 이미 몇 번 들어 본 적 있는 확신에 찬 그녀의 목소리다.
"갑자기? 뭔?"
눈도 뜨지 못한 채, 잠긴 목소리로 간신히 내뱉은 '여보세요' 소리에 날아온 목소리는 몹시 언짢은 것이었다. 그 이유는 명확하다. 첫째, 평화로운 주말 아침 8시에 전화해서 다급하게 얘기할 만큼 중요한 내용이 아니다. 둘째, 평소 소개팅을 하고 싶은 마음도, 소개팅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본 적도 없기 때문이다.
"무조건 해! 나이는 너랑 동갑이고 전문직이고......"
셋째, 그 누구도 나에게 소개팅을 명령할 수는 없다. 난 그저 딱 세 마디 했을 뿐인데, 제멋대로 얘기를 쏟아내기 시작한 그녀를 그냥 두고 만 볼 수 없다. 일단 침착해야지.
"그래서? 나 남자친구 있는 거 알고 있잖아?"
그렇다. 마지막 이유는 더 말도 안 된다. 내게 남자친구가 있었다. (이미 추억이 된 그 지만)
그렇게 사는 건 도대체 어떻게 사는 거라는 건가?
"정상 궤도?!"
"나 봐. 결혼해서 아기도 키우고, 다하는 동안 너는 계속 연애만 하고. 이제 정상 궤도로 올라와야지"
예의에 눈치까지 없는 그녀는 결국 선을 넘고 만다. 정상 궤도가 아니면 내가 지금 비정상 궤도라는 것인가? 또래의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결혼을 아직 안 했을 뿐, 나 살기 편한 '최강의 희망 회로'와 나와 내 사람들의 심신의 건강을 위하며 누구보다 삶에 진심인 채로 하루하루를 살고 있는 나였던 터라 그녀와의 대화에 헛웃음이 나면서도 마음은 차갑게 식고 만다.
그래. 오늘은 아예 담판을 짓고 말겠다 소매를 걷어 부친다.
"그게 아니라, 나는 걱정이..."
"걱정이라니 고맙지만, 사양할게. 너는 사람에 대한 존중이 없구나. 전혀."
"소개팅해주려고 한 건데......"
"그러니까 내 소개팅을 왜 네가 결정하냐고."
담담하면서도 냉정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간다. 주말의 단 잠은 '확' 달아나 버린 지 오래다. 명확히 해 두지 않으면, 또 벌어질 일이다.
"사람은 사람으로서 존중받는 거고, 나도 너도 다른 사람의 인생을 함부로 평가할 수 없어."
"나는 평가를 한 게 아니라, 네가 빨리 결혼해서 아이도 낳고 나처럼......"
"친구니까 정확하 게 말해 줄게. 너는 지금 내 삶을 네 멋대로 평가하고, 심지어 네 생각을 강요하고 있어."
"그냥 소개팅을......"
"너 지금 굉장히 무례하니까, 더 늦기 전에 지금 사과해."
그녀는 당황했고, 나는 단호했다. 그렇게 그녀에게 사과까지 받아냈지만, 갑작스러운 그녀와의 대화로 이미 주말의 단 잠은 다 깨 버렸고 머릿속은 그 어느 때보다 맑아져 버렸다.
나도 잘 모르겠다. 누군가의 삶의 방식을, 각자의 잣대로 정상이다 혹은 아니다 로 쉽게 평가해 버려도 되는 것인지. 법을 어기거나 남을 해 하며 사는 것도 아니고, 제 할 일을 하며 내 사람들과 애정을 주고받으며 사는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을 비정상으로 평해도 되는 건가? 어찌 되었든 그녀는 내게 사과했고 나는 받아들였으니 그만 인 일이다. 다만, 내심 혹시 나도 무심결에 누군가의 소중한 삶을 이런 식으로 함부로 평하거나 조언하지는 않았는지 되짚어 볼 뿐.
앞으로 "너도 나처럼"이라는 표현은 절대 금지다. 모두의 삶은 그 각각이 소중하게 쌓아 올린 시간들의 합이고, 그 자체로 조용히 응원받아야만 한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그리고 모두의 삶을 소리 없이 응원하라 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