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는
안온하다 : '조용하고 편안하다.' 및 '날씨가 바람이 없고 따뜻하다'
밤의 어둠이 우리를 안온하게 감싸 주었다. ≪황석영, 어둠의 자식들≫
밝은 햇살이 남향 들창을 따뜻이 쬐어 방 안이 안온하게 밝았다. ≪김원일, 불의 제전≫
사전 - 내용 보기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korean.go.kr)
내년, 2025년 새해를 앞둔 우리에게 희망 섞인 단어라고 한다면, 필자는 '안온하다'라는 말을 소개하고 싶다.
사실 내가 책을 그렇게 많이 읽는 편은 분명 아닌지라, 안온하다는 뜻을 책을 통해 알게 되진 않았고, 어떤 인스타그래머가 본인의 포스팅 말미에, "안온한 밤이 되길"이라는 문구와 함께 글을 마치는 것을 보고, 발음이 주는 둥근 느낌이 좋았던 기억이 있다.
그 좋았던 기억과 더불어, 안온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담아 오늘 해당 단어를 사용하여 글을 작성하게 되었다.
올 한 해는 유달리 다사다난한 한 해가 아니었을까 싶다. 특히 12월은 더더욱 그러하다.
정치성향을 떠나, 한 나라의 대통령이 저지른 큰 잘못으로 인해, 안 그래도 살기 어려운 대다수의 서민들에게 큰 실망과 상처를 주었음에는 분명하다.
게다가 이를 두고 한쪽에서는 점령군처럼 '내가 선이다'라는 식의 행태를 보이며 국민을 위하는 척 본인들의 이권을 챙기는데 혈안이 되어 있고, 또 다른 한쪽은 본인들의 잘못이 없고 반대 측에서 발목을 잡아 일을 하나도 못한 것이니 잘못한 게 없다며 지지층에게 결집을 호소하고 있다.
양쪽 모두 말로는 국민을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실상은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목적으로 본인들의 세를 불리기 급급하지 않나. 정말 국민을 위한다면, 초당적으로 이 위기를 어떻게 타계할지 머리를 맞대고 이슈가 되는 부분에 대해서 합의를 해야 하지 않는가. 서로 이슈를 두고 각자의 이해관계에 대한 주판만 굴리는 것이 너무나도 눈에 보여 정치계에 남아있던 일말의 희망마저 봄눈 녹듯 녹아 흘러내리고 있다.
미국의 경우는, 민주당과 공화당이 한국처럼 그렇게 치고받고 싸움을 하지만, 양당도 미국의 핵심이익을 위해서는 서로 공유하는 가치가 있다고 한다. '이 부분은 누가 돼도 전통을 계승하자' 뭐 이런 거인데, 지금 이 핵심이익가치 중에 하나는 바로 '중국 견제'라고 한다. 그래서일까. 도날드 트럼프와 카멀라 해리스 두 후보 모두 중국에 대해서는 정말 가차 없을 정도로 격하게 견제책을 내며 정책 경쟁을 했던 기억이 있다.
우리나라는 미국처럼 국가의 핵심이익가치가 있는가? 좀 더 범위를 좁혀, 두 거대당이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서로 가치를 인정하고 파괴하지 않는 영역이 조금이라도 있는가? 5년마다 한 번씩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대 혼란을 겪었던 거 같다. 교육부터 외교, 대북정책까지 말이다. 그저 예전 정권에서 일어난 일이니 검토도 안 하고 다 바꾸는 거 같다. 그러하니 주변국가에서도 한국의 정권이 바뀔 때마다 말과 행동이 바뀌기 때문에 잘 신뢰를 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영상을 봤던 기억도 있다.
언제쯤 안온한 정치원년이 찾아올까? 아마 이대로 쭈욱 가겠지? 우리 후손들이 성장해 필자의 나이가 되더라도? 그럴 거 같지만, 그렇지 않기를 바라본다.
지난 12월 30일, 무안공항에서 승객과 승무원 포함 179명이 사망하는 정말 있어서는 안 될 일이 벌어지고야 말 있다.
그 비행기에 탄 승객들은 내가 가족들과 즐겁게 해외든 제주도든 갔던 것처럼, 그저 좋은 추억을 만들고 일상으로의 복귀를 준비하던 사람들이었을 것이다. 수하물이든 기내 반입이든 그들의 지인들과 가족들에게 줄 작고 소중한 기념품들도 잔뜩 사서 말이다. 여행 기간 내내 따뜻한 나라 태국에서의 꿈만 같았던 여행일 것이다.
그렇지만, 그날의 사고는 해당 비행기에 타고 있던 대부분의 탑승객들의 생사를 바꾸어 놓게 되었다.
뉴스 포탈기사들에서 살펴보면 워낙 그 당시 사고 충격이 강해 시신들 수습이 어렵다고들 까지 이야기를 하겠는가. 보호자 신분으로서 망인들의 신원확인을 위해 들어간 사람들 입장에서는 정말 하늘이 무너질 일이 아닐 수 없다.
"삶은 죽음과 맞닿아 있다."라고 필자는 생각을 많이 하고 살아간다.
오늘 이 순간은 내가 살아 있지만, 어떠한 상황으로 유명을 달리할지는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한데 이러한 여객기 사고로 수많은 사상자를 낸 사고는, 공항의 둔덕을 없애던가, 항공사가 안전검사에 좀 더 비용을 들이던가 하는 등의 방법으로 막을 수 있는 사고는 아니었을까? 필자가 앞서 말한 대로 나 혼자 자다가 객사를 하거나, 운동하다가 심정지가 오거나 하는 등의 어쩔 수 없는 사고가 아닌 이상 말이다.
이 문제를 두고도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유족들에게 '보상금 받아 좋겠다'라는 등의 대단히 인격이 덜된 폭언을 일삼는 사람들의 대한 기사도 나오고, 4년 전엔 '대구 코로나'라고 붙이던 특정 당이, 이번엔 '무안 사고'라고 붙이지 않고 '제주항공 사고'라고 붙인다는 웃음조차 나오지 않는 기사들도 이 와중에 살펴볼 수 있었다.
어째, 우리나라는 미성숙한 인격을 지닌 사람들이 점차 활개를 치며 세상밖으로 나오고 있는 거 같다는 느낌을 요새 더욱 자주 받고 있는 중이다.
12월30일 무안 제주항공 참사에서 유명을 달리하신 탑승객 분들의 명복을 진심을 빈다.
부디 이번만큼은, 소 읽고 외양간이라도 제발 고쳤으면 하는 바람이다. 안전에 대해 우리나라 사회는 여전히 비용을 투자하길 꺼린다. 아마도, '항상 안전할 거라는 믿음'이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뇌리에 박혀있어 그런가 보다.
아닌데, 세월호도 그랬고, 예전 안전사고들만 봐도 우리 사회는 안전한 사회라고 말할 수없다고 생각한다. 구성원들의 안전불감증도 그러하고, 안전에 신경 써야 할 기업이나 단체들도 그저 '아까운 비용'이라고 치부하며 최대한 아끼길 원하는 게 사실이다. 물론, 안 써도 되는 돈이긴 하지. "사고가 터지기 전" 까지는 말이다.
이번에도 '소 읽고 외양간이 고쳐지지 않을 것'이라는 필자의 생각이 틀리길 빈다. 하지만, 마흔의 나이동안 한국에서 생존해 오며 느낀 여러 경험상, 왠지 그렇지 않을 거라는 안타까운 확신이 든다.
내년에는, 우리 사회가 올해보다 안전, 정치, 경제, 사회 전반적으로 좀 더 안온했으면 한다. 다사다난이라는 입에 물린 단어는, 2024년까지만 사용했으면 좋겠다. 평범한 소시민은 이렇게 기도를 하는 수밖엔 없지 않겠는가. 이거라도 할 수밖에.
"2025년, 푸른 뱀의 해, 올해는 꼭 안온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