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후 그제야

상시아픔 뒤로 늦추기

by 빛담

필자는 '죽음'에 대해, 결국 언젠간 오는 것인데, 그 시기가 언제든 크게 개의치 않는다고 가족들이나 친한 지인들한테 이야기를 자주 하는 편이다. 격렬한 우울감이 찾아올 때가 오면, 이렇게 까지 살아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잘못된 선택을 하지 않는 나를 보며 스스로 '아, 아직 나의 삶의 실은 끊어지지 않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결국 언젠간, 이 글을 적는 나도, 이 글을 봐주실 독자분들도 모두 흙으로 돌아가게 되어있다. 필자는 그래서 그런지 언젠가 찾아올 그 시기가 되면, '고통 없이 스스로' 삶을 존엄하게 결정할 수 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평소에 많이 갖고 있고, 와이프한테도 그런 이야기를 자주 나누는 편이다. 물론 와이프와는 생각과 시선의 차이가 다소 나는 부분이지만 말이다.


며칠 전, 어머니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우리 아버지의 형제, 막내 작은 아버지가 암에 걸리셔서 의식도 찾지 못하고 계시다는 이야기를 말이다.


막내 작은 아버지는 할아버지의 자녀들 중 가장 나이가 어리신 분이었고, 아주 어린 시절 우리 집에 서울살이 잠깐 하신다고 몇 달 신세를 지셨던 기간이 있었는데, 그때는 정말 젊으시고 멋져 무척 호인이라는 생각을 가졌던 적이 있던 분이시다.

여유 없는 형편에도 인사 잘하는 나를 꽤 예뻐하셔 천 원 이천 원 쥐어주며 사탕 사 먹으라며 머리를 쓰담쓰담해 주시던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부모님꼐 전해 듣기로는 막내아버지가 그렇게 술을 좋아하셨다고 한다. 그래서 그러한 이유로 가정불화가 너무 심해 작은 어머니와 이혼을 했다가, 몇 년 전 겨우 정신을 차리고 다시 합가 하여 이제 본격적으로 인생 2막을 살아보려는 참이었다고 하셨다.


하지만, 이미 술로 건강을 많이 해치신 듯한 작은 아버지, 게다가 일용직으로 근근이 가정을 유지하시다 보니 건강 검진이라는 걸 받은 적도 없다고 전해 들었다. 통증이 있어 병원을 찾았을 때는 이미 너무 늦은, 암이었다. 아쉽지만, 현대 의학으로도 잡을 수 없는 질병이 아니겠는가.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어머니와의 통화에서 그저 '허... 허...' 하는 의미 없는 소리만 연신 내며 안타까운 마음을 표현했었다.



필자는 작년, 달리기를 할 때 무릎이 아팠던 증상으로 병원을 찾았고, 거기서 요산수치가 매우 높다는 소견을 받은 뒤부터 술, 특히 맥주를 끊겠다고 다짐하고 올해까지도 이어오고 있다.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성공적으로 끊었다고 봐도 무방할 거 같다.


술을 끊으면 좋아지는 것들이 세상에 너무 많다.

우선은 술을 안 먹은 날의 그다음 날 아침 몸이 좀 더 개운해지는 것을 느낀다. 근데, 이건 매일 술을 안 먹으니까 이제는 희소성이 덜한 듯 보인다.


두 번째로는 금전적으로 꽤 많은 부분을 아낄 수 있다. 요새 외식물가가 너무 높기 때문일 수도 있고, 술자리에 가서 대학생 때처럼 소주 한 병 시켜놓고 라면하나 시켜 먹을 수는 없지 않은가, 이것저것 시키다 보면 부담해야 할 금액이 올라가는데, 한 달에 몇 번 나가면 그 돈 만만치 않다. 이러한 돈이 굳어서 필자는 참 좋은 거 같다.


마지막으로는, 내 개인시간이 확보되어서 좋다. 술자리에 나가서 동료들과 나누는 이야기는, 이미 내가 생각할 때 필자에게 있어 '영양가 있는 대화'라고 볼만한 부분이 없어진 지 오래이다. 그냥 늘 먹는 멤버들이, 늘 하는 이야기를 늘어놓기 때문에, 언젠가부터 필자는 시계만 쳐다보며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만을 하게 된 지 오래인 거 같다. 술자리에 안 가면, 그 시간은 온전히 나의 시간이 되는 것이다!


앞서 이야기 한 작은 아버지의 사례를 듣고 금주를 선언하고 행동한 것은 아니지만, 어쩌다 보니 필자도 이제는 건강관리를 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는 것을 나의 '몸'이 이곳저곳에서 내게 신호를 보내오고 있었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키라는 말이 있다. 필자도 이번에 독감에 걸려 3일 정도 앓아누워있었는데, 그 말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체감했다. 몸이 움직여 지질 않는다. 물 한잔 먹으러 가는 것도, 화장실 소변보러 가는 것 마저 내 마음대로 몸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나중에, 나이 들어 요양원에 들어갈 즈음이 되면 이런 상태가 되는 것일까...? 지금은 그래도 '일시 아픔'이라는 희망이라도 있지, 그때 되면 '상시 아픔'으로 바뀔 것이 아니겠는가.


앞서 이야기 한 '상시아픔' 시기가 되기 전, 존엄하게 운명하고 싶은 것이 필자의 욕심이지만, 사는 동안만큼은 필자는 정말 건강하게 살고 싶은 생각이고, 아마 대다수의 사람들의 생각과 같을 것으로 본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는 젊어서 스스로에게 '건강'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흔히들 자산 투자에만 관심이 쏠려 건강투자에는 소홀한 사람들도 많은데, 결국 건강을 잃어 병원신세만 지게 된다면 모아둔 돈을 써보지도 못한 채 남들이 뛰어노는걸 그저 바라만 봐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니다, 자산 투자라도 하면 다행이다. 모아둔 돈이라도 있지 않겠는가. 술과 음식에 투자하느라, 건강관리를 소홀히 한 결과는, 본인과 가족들에게 지대한 피해를 입히게 될 것이다.


여하튼, 올 한 해도 '상시 아픔'이 찾아올 나의 건강 타임테이블을 조금이라도 뒤로 미루기 위해 노력해야겠다. 독감으로 3일 누워있는 것도 이리 눈치 보이는데, 우리는 언젠가 모두 다 같이 누워있어야 하는 처지가 아니겠는가... 조금이라도 뒤로 미뤄볼 수 있으면 미뤄 봐야지.


3일간을 집에서 누워있었다. 오늘부로 드디어 이 커튼을 치울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