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옳고 그름은 세상에 없어

by 빛담

어제오늘은, 평소 잘하지 않던, 재택근무를 신청했다. 원래 필자는 재택근무를 거의 하지 않는 것으로 이미 많은 동료들에게 '예측'되어 있었다.


회사생활을 시작할 때, 선배들로부터 혹은 책으로부터 가장 자주 들었던 말 중에 하나는, "예측 가능한 사람이 되어라."라는 것이었다. 이를테면, 출퇴근시간이 거의 고정되어 있어 관리자나 동료들이 나의 근태에 대해 궁금해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든가, 혹은 업무수행을 함에 있어, '이쯤 되면 쟤가 와서 이야기할 때가 되었는데?' 하는, 동료 기준에서, 나의 평소 행동이 루틴화 되어 있어 별로 내게 '관심'갖지 않더라도, 어느 정도 일하는 데 있어 예측이 가능한 사람이 되라는 말이 참 인상 깊었고, 필자는 그 말이 맞다고 생각했다.


오늘 나의 평가권자 이자 근태권 자는 나의 재택근무 신청을 보고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 내 생각보다 별생각 없이 그냥 무지성으로 승인하셨을 수도 있고, '어, 원래 얘는 매일 출근하던 친군데?' 하면서 살짝 반문하실 수도 있겠다. 필자의 바람으로는, 그분이 나에 대해 갖고 있는 '예측'에 균열이 가길 바란다.


업무에 있어서도, 필자를 바라볼 때 스스로는 '업무를 만들어 나가고 잘 처리하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갖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던 터라, 그것을 수행하기 위해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팀 동료들로 하여금 '예측 가능한 사람'이 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었다. 그게 맞다고 생각했었다.


하나, 입장 차이 (brunch.co.kr) 글에서 적었던 좋지 않은 감정이 아직 내 마음속 창문밖으로 환기되지 않은 탓일까? 앞서 이야기했던 '예측 가능한 사람이 되자'는 나의 모토가 원래는 True, 참이었지만, 이렇게 살아가는 것이 맞는가에 대한 반문이 들기 시작한다.

그냥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나에 대한 기대치만 한껏 높여놓은 꼴이 된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 말이다. 그렇게 스스로 여기기에 올바른 행동들을 하여, 나에게 득이 되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해, 나는 나 스스로에게 답을 하지 못하고 있다.


무릇, 인생에는 정답이 없다고 하지 않던가. 앞으로도 나의 가치관이 언제나 지금 기준의 True 혹은 False로 칼로 무 자르듯 딱 나눠지는 일은 없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저, 세상일은 언제, 누가,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다양한 관점으로서, True 및 False의 '어느 중간 지점'에 위치하여 그때그때의 해석을 달리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 말이다.


이제는 조금 내려놓고 살아볼 심산이다. 아는 것도 너무 아는 체하지 않고, 해야 한다고 스스로와 다른 동료들을 옥죄지도 않아 보려 한다. '너 좀 변한 거 같다?', '너 이제 좀 내려놓은 거 같다?'는 말을 들어보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가져 보게 되었다.


'해야 돼', '안 해야 돼'와 같은 이분법적인 사고방식보다 '해야 하는 것과 안 해야 하는 것의 어느 중간 지점'에 해당하는 일들이 무수히 많다는 것을 깨닫고, 나의 사고방식도 이젠 '디지털'방식이 아닌 '아날로그' 방식처럼 조금 더 유연하게 생각을 바꿔 보기로 했다.


PJHW0165.jpg 흑백은 중간의 색 계조를 모두 삼켜 버린다. 이젠 내가 믿던 가치관과 신념들에 있어, 흑백논리적 생각과 발언에 대해 사고를 바꿔 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