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지금의 내가 쓴 글들이야.
"여보, 나는 독립출판 프로젝트 더 이상 못하겠어요."
"에? 환불은?"
"환불은 안된데요..."
"너무 아까운데, 그러면 내가 들어야겠는걸"
작년 말, 필자가 작성한 브런치 스토리들을 기반으로, 우연히 와이프가 인스타 그램을 서핑하다 발견한 '독립출판' 프로젝트에 금액을 지불하고 나만의 책 한 권을 내보고 싶다는 생각에 잠시 빠졌었던 적이 있다.
때마침 회사에서 바쁜 일도 줄어들었겠다, 한번 도전해 보고 싶어서 찾았던 그 프로젝트의 첫 수업을 참가하고는 그곳에서 나오고 싶은 강한 충동을 느꼈었다.
그날 첫 강의에서는 강사님께서 수강생을 모아놓고 오리엔 테이션 형식으로 여러 가지를 설명해 주시기도 하셨고, 수업 중간에 질의를 갖는 시간이 있었는데, 강사님이 내가 부족한 디자인 레이 아웃이나 툴 사용법 등에 대해 '개별 지도'를 잘해주실 거 같지 않은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와이프도 수업을 듣고 집으로 돌아와서 그 당시 내가 받은 느낌과 비슷한 경험을 했다고 이야기를 했다.)
나는 글하고 사진만 찍을 줄 알지, 그것들에 대한 레이아웃이나 디자인 툴 등을 통해 한 권의 완성물로 만들기 위해서는, 지금 강사님이 알려주시는 '가이드'와 '응원' 정도로는 내가 따라가지 못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나에겐, 가이드보단 강사님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오리엔테이션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지하철에서 이 프로젝트에 참여할지 말지에 대해 내내 고민했다. 결국 이 상태로는 나 또한 7주간의 열정을 쏟아부을 수 없을 거 같아 그만 두기로 결정을 했다.
그 후 업체 측에 문의해 본 결과, 아쉽게도 환불은 안된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고, 그걸 들은 우리 와이프가 나의 글 콘텐츠를 기반으로 필자 대신 독립 출판 프로젝트를 해 보기로 한 것이었다.
"여보, 빛담의 회사탐구생활하고 빛담의 일상에세이 둘 중에 뭐가 더 인기 많아?"
"응, 아무도 안 봐서, 둘 다 인기 없어^^"
둘은 한바탕 크게 웃고는, 다시 한번 독립 출판을 위한 전략을 이야기해야만 했다.
나는 와이프에게 내가 여태껏 찍은 사진의 총아인 구글포토와 글 콘텐츠가 저장되어 있는 브런치 스토리의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넘겨주었고, 그와 동시에 괜찮은 글감과 사진들을 좀 추려보라고 이야기했다.
"이 글도 좋다, 이런 사진하고 페어링 되면 멋질 거 같은데"
와이프는 이것저것 내가 생성한 콘텐츠들을 보며 본인의 노트북을 열어 워드 파일에 글과 사진의 레이아웃을 대략적으로 넣어보기 시작했다.
워드 파일에 점차 내가 쓴 글과 사진들이 하나둘씩 얼개를 갖춰가기 시작하자, 처음에 이 프로젝트에 관심 없던 필자도, 조금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사실, 필자는 '사진 에세이'를 언젠가 내보고 싶은 생각이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의 브런치 스토리의 글들과 그 글들에 들어가 있는 사진들의 페어링이 딱 맞는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글을 먼저 쓰고, 거기에 대략 맞는 사진을 넣는 방식으로 글을 마무리하다 보니, '사진'이 우선인 글 콘텐츠는 손에 꼽을 정도로 없다.
게다가 필자가 운영하는 인스타 그램은 사진등의 콘텐츠가 우선이긴 하지만, 거기 글을 적어 두면 왠지 혼자 관심받고 싶어 쓴 글 같기도 하고, 실상 내 인스타 그램 계정은 실제 팔로워 보다 유령 팔로워가 압도적이라 내 글을 다 읽어 줄지도 의문이라는 생각이 들어 그냥 사진 위주의 갤러리로만 운영을 하고 있다.
그래서, 나름의 노력 끝에, 생각해 낸 것이 "빛담의 필름로그" 매거진이었던 것이다. 해당 매거진을 중심으로, 사진이 주가 되고, 그 사진과 관련된 스토리를 이어 나가 보는 연습을 하고 있는 중이다.
원래 이야기로 돌아와서, 와이프의 이런 정성을 보고, 나 또한 관심을 갖고 내가 작성한 글들을 빠르게 읽어보기 시작했다.
- 필자의 어린 시절, 이렇게 잡학 다식한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게 해 준 TV 시청에 대한 글인 Music is my life (brunch.co.kr)
- 회사 내 함께 어울리는 동료분들과, 왜 이렇게 언제나 삶이 쉽지 않냐며 한탄하는 글인 내가 이룬 것에 대한 감사 (brunch.co.kr)
- 평소 필자가 생각해 오던 가치관과, 세상이 충돌하며 '과연 이렇게 사는 것이 맞는가' 하는 부분에 대하여 한탄했던 글인 그래, 옳고 그름은 세상에 없어 (brunch.co.kr)
대부분 필자의 어릴 적 '결핍'에 기인하여, 현재에도 그때 결핍들이 충족되지 못한 채 살아오며 적어 나간 나의 어두운 생각들과 관련된 글 들이었다.
"여보, 좀 밝은 글 없어?"
"어... 그러게, 나도 읽고 있는데, 희망차고 밝은 글이 별로 없네"
나는 멋쩍은 듯이 와이프 앞에서 머리를 긁적였다.
사실 브런치 스토리를 시작하면서, '어떤 글을 써볼까?' 하는 생각을 가졌던 적이 있다.
인스타 그램이나 전자책에서 자주 보이는 '감성 에세이'를 원래 써보고 싶었다.
"당신은, 결코 혼자가 아닙니다. 힘이 드실 때면, 옆에 계신 당신의 소중한 사람들을 떠올려 보세요."
"위를 보지 마시고, 앞을 보십시오. 남과 경쟁하려 들지 마시고 자신과의 싸움을 통해 위보다 '앞
으로 나아가는 노력을 하셔야 합니다."
"우리는 타자에게 의견을 제안하되, 강요를 하며 살아갈 순 없습니다. 그건 타자의 인생이니까요. 선택하더라도, 그렇지 않더라도 그의 인생에 개입하려는 노력은 최소화해야만 합니다."
위에 써놓은 글처럼, 필자도 쓸 수 있다. (물론 저렇게 써도 그다지 감성적이진 않다.)
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내가 쓴 문구이지만 내가 쓴 글 같지 않아 어색함과 창피함이 밀려온다.
나는 앞서 적어본 류의 글들을 '지금'은 쓰기 어렵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평소 생각과 마음이 '감사' 보다는 '불만'에 사로 잡혀 있는 경우가 많다 보니, 긍정적이고 감사한 내용의 글을 작성한다 하더라도, 마무리가 늘 어색하게 완결되는 경우를 너무 많이 경험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필자에게도 여유가 생기고 그로 인해 세상을 조금 더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순간이 온다면, 그땐 정말 편하게 내가 써보고 싶던 공감 에세이를 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갖고 있다.
그나저나 걱정이다.
독립 출판 프로젝트에 쓰일 밝은 글을 좀 더 찾아봐야겠다... 정말 다 어두운 글들만 있는 건 아닐 건데, 밝은 글을 찾기가 여간 쉽지가 않아 보인다. 방금 작성한 이 글마저 어두운 글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