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보니, 계획은 없었지만 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잘 해냈다는 말 대신, 잘 걸어왔다는 말을 남기고 싶다.

by 빛담

오늘부로 〈잠시만, 교토〉가 교보문고 온라인 사이트에 릴리즈되었다.


와이프는 그간 이 책을 편집하느라 꽤 많은 고생을 했다.

편집 과정을 거쳐 출간 프로세스를 지나고, 교보문고 POD 출판 이후 실물 책을 다시 꼼꼼히 읽으며 오탈자를 잡고 문장을 다듬는 시간을 보낸 뒤에야 비로소 조심스럽게 지인들에게 책을 공유할 수 있었다. 모든 과정이 끝났다는 안도감과, 이제 정말로 내 손을 떠났다는 묘한 허전함이 동시에 밀려왔다.


점심에는 꽤 친한 선배와 밥을 먹었다. 아무 생각 없이,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이런 말을 꺼냈다.

“선배, 올해 너무 금방 간 것 같아요. 그리고… 인생을 잘 모르겠어요.”

선배는 웃으며 말했다.
“시간이야 언제나 금방 가는 거고. 인생은 왜 잘 모르겠어요? 잘 살고 있으면서.”

그 말에 잠시 멈췄다가, 나는 다시 이야기를 이었다.

올해 초만 해도 나는 책을 쓸 생각이 전혀 없었다고. 그저 사진 찍는 게 좋았고, 일본어도 취미 정도로만 생각했지 JLPT N1까지 공부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고 말했다. 더 솔직히 말하면, 사진을 잘 찍는 사람이라고 생각해본 적도 없었고 글을 쓸 줄 안다고 믿어본 적도 없었다. 그런데 하다 보니, 어느새 여기까지 와 있었다.

그 말을 듣던 선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원래 인생은 그래. 계획하지 않아도 계속 노력하다 보면, 어느새 발길이 닿아 있는 거야.”

그 말이 이상하게 오래 남았다.


생각해 보면 회사에서의 계획은 늘 누군가가 정해준다.

그건 계획이라기보다 끌려가는 일정에 가깝다. 대신 나는 올해, 나와의 계획을 아주 조금만 세웠다. ‘일본어를 해보자’, ‘사진을 계속 찍어보자’. N2 합격, N1 합격 같은 구체적인 목표는 없었다. 그런데 N2는 따게 되었고, N1은 아직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합격할지 아닐지는 모르겠다. 그것마저도 계획 밖의 일이다.

그러던 가운데 올해 초, 와이프는 나를 기쁘게 해주겠다며 내가 그동안 인스타그램과 브런치에 올렸던 사진과 글을 묶어 〈일상의 빛과 그림자〉를 만들어주었다. 많이 팔렸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오히려 ‘굳이 안 사주셔도 되는 분들’이 유난히 좋아해 주셨다. 그때 처음 느꼈다. 회사에서 상위 고과를 받은 것과는 전혀 다른 종류의 인정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 경험이, 내가 다시 한 번 책을 만들어보고 싶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가족들에게는 나 혼자만의 호사를 누리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도 있었지만, 나는 교토로 10박 11일을 떠났고 그 시간을 한 권의 책으로 남길 수 있었다. 그리고 오늘, 〈잠시만, 교토〉가 세상에 나왔다.

이번 책에 대한 홍보는 조용히 했다. 이미 〈일상의 빛과 그림자〉를 많이 구매해주셨던 지인들이었고, 그들에게 또다시 부담을 주고 싶지는 않았다.


“교토에서의 10박 11일을 담은 〈잠시만, 교토〉가 나왔습니다.”

다소 덜 친한 친구들은 아무 말이 없었고, 꽤 친했던 사람들은 “또 책 냈어?”라며 웃으며 말했다.

한편으로는 “저번 책, 정말 좋았어.”라며 나에게 용기를 건네주는 분들도 있었다.


돌아보면 올해 나는 사진보다 글을 더 많이 썼고, 계획보다 행동을 더 많이 했다.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은 아니지만, 여행 에세이라는 장르는 늘 좋아했다. 그래서 그 장르를 나만의 해석으로 한 번 만들어보고 싶었다. 〈잠시만, 교토〉, 그리고 앞으로의 〈잠시만, 도쿄〉까지.

올해의 성과를 하나만 꼽으라면, 나는 이 말을 남기고 싶다.


계획하지 않았는데도, 그래도 여기까지는 성실하게 와 있었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