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만, 교토』가 세상으로 나간 이후의 이야기

내 이야기가 누군가의 하루에 들어간 날

by 빛담

어제부로 『잠시만, 교토』가 POD 형식으로 구매자분들께 배송이 이루어 지게 되었다.

판매 홍보는 크리스마스 이브날 시작했지만, 재고를 쌓아두지 않고, 온라인에서 주문이 들어오면 그때 만들어져 누군가에게 도착하는 방식이다보니, 구매해주신 분들께 실제 책이 도달하는 데 까지는 물리적 시간이 다소 소요되었다.

나 또한 어제 비로소 주문했던 책 한 권을 받아 들었고, 지인에게 건네기 전에 다시 한 번 넘겨보다가 중간에 띄어쓰기가 깔끔하지 않은 문장을 하나 발견했다.

그 한 줄이 마음에 오래 남았다.

16,500원을 받고 만나는 독자 앞에서, 그 문장은 가볍게 넘길 수 있는 실수가 아니었다.


책을 낸다는 것과, 책을 판다는 것은 다르다는 걸 다시 실감했다.

그래서 중간에 발견한 띄어쓰기와 표현들을 다시 꼼꼼히 점검해 개정을 하기로 했다.

혹시라도 먼저 말을 걸어오는 독자가 있다면, 그때는 변명 없이 양해를 구하고 다음번에는 더 꼼꼼하게 확인하겠다고 말할 생각이다.

창작자는 결국 실수보다, 그 이후의 태도로 기억되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사실 이번 책을 내며 홍보를 할지 말지 고민을 많이 했다.

이전 책 『일상의 빛과 그림자』를 이미 사준 지인들이 많았고, 지인 중심의 출간에서는 ‘두 번째 부탁은 하지 않는다’는 암묵적인 마음도 있었다.

그래서 “책은 안 사주셔도 됩니다. 조심히 홍보만 하고 가겠습니다.”라는 문장을 남겼다.

지인들 역시 나처럼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을 테고, 그 마음이 부담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만큼 이번에는 관계보다 이야기 자체로 서보고 싶었다.

그래서 이전에 사용했던 텀블벅 대신, 재고 없이 주문한 만큼만 책을 만들어 배송하는 교보문고 POD 플랫폼을 선택했다.

지인들과 나, 모두의 부담을 덜기 위한 선택이기도 했다.


교보문고 POD 플랫폼에서의 판매 경험은, 텀블벅으로 책을 냈던 첫 경험과는 완전히 다른 감각이었다.

그때는 누가 펀딩했는지 알 수 있었고, 감사 인사를 전할 수 있었으며, 그 과정을 통해 관계를 이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나의 이야기는 플랫폼 안에 머물렀고, 그 이후로 세상에 더 나아갈 길은 막혀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누가 샀는지 알 수 없고, 또 알면 안 되는 자리로 나왔다.

조금 더 넓고, 조금 더 차가운 공간이었다.


어제 하루, 나는 생각보다 자주 휴대폰 속 인스타그램을 새로 고침했다.

혹시 누군가 스토리나 게시글로 구매 인증을 해주지 않을까, 태그 하나쯤 걸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건 인정받고 싶어서라기보다, 내 이야기가 누군가의 하루에 실제로 들어갔는지를 확인하고 싶었던 마음에 더 가까웠다.


마침 두 명이 책과 관련해 내게 연락을 주셨다.

한 분은 이전 책에 이어 이번 책도 구매해 준 회사 지인이었다.

카카오톡을 매개로 유쾌한 대화를 나누며 고마움을 전했고, 나는 그분이 앞으로도 더 챙기고 싶은 사람이라는 걸 다시 확인했다.

그리고 더 놀라웠던 순간은, 나를 태그하지 않은 채 스토리에 내 책을 올린 한 사람을 우연히 발견했을 때였다.


예측하지 못한 사람이, 조용히 내 이야기를 선택했다는 사실.

그 순간 한동안 말없이 화면을 바라봤다.

그제서야 그 사람의 피드를 천천히 들여다보게 되었고, 나와 비슷하게 일본 문화를 좋아하는 결이 보였다.

그동안 자주 이야기를 나누던 사이는 아니어서, 그분의 취향을 깊이 알 기회가 없었던 터였다.

내 사진과 글이 누군가에게는 그저 스쳐갈 콘텐츠였을 텐데, 그 벽을 넘어 시간과 비용을 들여 책 한 권을 선택해 주셨다는 사실이 참 고마웠다.


그랬다.

어제는 나의 두 번째 책에 대한 평가의 날이었다.

보이지 않는 평가, 들리지 않는 반응까지 모두 포함한 하루였다.

하지만 동시에, 내가 내 이름을 걸고 만든 이야기가 내가 예상하지 못한 사람에게 닿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한 날이기도 했다.


나는 이 경험을 피드백으로 남기기로 했다.

오탈자 하나, 띄어쓰기 하나까지 더 엄중하게 바라보며, 다음 책에서는 더 나아진 창작자가 되기 위해.

『잠시만, 교토』는 지금도 누군가의 손으로 이동하고 있고, 나는 그 무게를 기꺼이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 하루는,

책을 낸 사람이 아니라

책을 책임지기로 한 사람이 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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