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는 나를 절교하지 않는다. 그 반대면 모를까
<카메라>
누구나 인생이 내 뜻대로 되지 않던 순간이 온다. 그때 내 곁에 들어온 친구가 바로 ‘카메라’였다.
고맙게도 그 친구는 내 세상을 확장시켜줬다.
거리의 풍경과 빛의 향연을 그저 ‘저장’해주는 도구가 아니라, 진부하고 평범한 하루를 꽤나 비범한 하루로 바꿔주는 녀석이었다.
같은 하루를 살아도, 프레임 안에 들어온 순간들 덕분에 내 마음은 한 번쯤 다른 방향으로 환기됐다.
친구는 서로 돕고 산다는데, 사실 나는 받은 것만 많다. 내가 해준 건 별로 없는 것 같아 가끔 생각한다. 혹시 그 친구가 서운해하지 않을까. 그래서 요즘은 종종, 찍기 전에 먼저 닦아준다. 조심히 넣어주고, 고맙다고 속으로 한 번 더 말해준다.
그런 사소한 예의가, 오래 함께할 친구에게 내가 줄 수 있는 최소한의 답례 같아서.
운동도, 공부도, 대부분 나는 오래 꾸준히 해온 역사가 없다.
그런데 이 친구와의 사이는 묘하다. 가끔은 서로 삐진 듯 한동안 손이 가지 않다가도, 결국 내가 먼저 화를 풀고 출사를 나가며 우정을 과시하곤 한다.
누가 보면 혼자만의 화해인데도, 어쨌든 화해가 성립된다는 게 이 우정의 장점이다.
카메라와의 이 우정만큼은, 그동안 내 삶에서 연이 닿지 않게 된 수많은 우정들과는 다르게 꽤 오래 이어졌으면 한다.
분명한 건 하나다. 카메라는 먼저 나에게 절교를 선언하지 않을 것 같다는 점.
그리고 나도 이 친구 없이는 이제 많이 외로울거 같다는 점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