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히 비워내지 못하면 욕먹는 존재
<변기>
회사에 같은 층에 상주하는 남자 인력은 100명이 넘는다. 여자는 잘 모르겠다. 우리는 남초 회사라.
나를 비롯한 모든 사람들이 하루에 N번씩, 몸과 마음의 ‘필요 없어진 것’들을 밖으로 내보낸다. 그걸 가장 가까이서, 자주, 그리고 당연하게 받아주는 존재가 있으니, 변기다.
일방적으로 ‘버리기만’ 하는 관계. 수수께끼를 내어 정답이 ‘변기’라고 해도 전혀 의아하지 않은, 너무 일상적인 물건이 변기다.
그런데 자세히 생각해보면 소름이 돋을 정도로 이상하다. 참으로 일방적인 관계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버린 것들을 조금이라도 깨끗이, 조금이라도 빨리 비워내지 못하면 변기는 곧장 비난의 대상이 되어 버리니까 말이다.
여기서 무슨 비련의 여주인공마냥 변기를 칭송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다만 조금 늦게 비워진다고, 깨끗이 비워내지 못한다고, 미움까지 변기에게 얹을 필요는 없지 않을까?
사람들이 욕을 하든 말든, 변기는 언제나 같은 표정으로 그 자리에 있다. 그리고 변기는 항상 스스로를 깨끗이 단장하려고 애쓴다.
그 모습이 안쓰러우면서도, 고마울 때가 있다.
그래서 나는 오늘 일을 보고, 변기에게 인사하고 나왔다. 조금은 고마운 마음을 담아서 말이다.
“고맙다. 내 거, 잘 버려줘서.”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 회사에서의 ‘내 처지’인가? 하는, 왠지모를 씁슬함이 밀려오는건 기분탓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