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내 인생 처음으로 ‘프로필’ 사진을 촬영했다.
나이 마흔도 넘고, 평소 내 외모도 볼품없다고 자책하던 찰나였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한 살이라도 더 젊을 때 나는 나에게 투자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주된 이유는, 『잠시만, 교토』를 펴낸 뒤, 교보문고 쪽에 작가 프로필을 미처 보내지 못했던 게 계속 마음에 남아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김영하 작가가 산문집 『말하다』에서 언급했던 문장이 떠올랐다. 모르는 책을 구매할 때 마지막 조건문에는 “이도저도 잘 모르겠으면 작가의 관상을 보고 산다”는 말. 웃긴데, 이상하게 와닿았다.
지금 내 책이 잘 팔리거나 SNS에서 인기가 많은 사람은 아니지만, 남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책임있고 신뢰 있게 내 콘텐츠가 도달하기 위해. 그리고 무엇보다 ‘오늘이 가장 젊은 나’이기 때문에, 찍어보기로 했다.
그런데 막상 프로필 사진을 찍으려 하니,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서 어떤 곳을 찾아가야 할지 난감했다.
그래서 그냥 평소 루틴대로 숨고에서 검색했고, 리뷰가 가장 많은 곳으로 예약을 했다. 도착하자 간단한 메이크업을 받게 됐는데, 누군가가 오롯이 붙어서 나를 ‘빛나게 해주는 화장’은 둘째 돌잔치 이후 처음인 것 같다.
아마 벌써 9년은 된 것 같은데, 그 짧은 시간이 묘하게 낯설고도 고마웠다.
촬영 날에는 내가 평소 쓰는 카메라와 『잠시만, 교토』 책도 가져갔다. 인스타그램 프로필, 교보문고 작가 프로필, 그리고 브런치 스토리 프로필까지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게 참, 포즈 잡는 게 어렵더라. 사진작가님은 내 자세와 고개 방향을 계속 교정해주셨지만, 그럴 때마다 오히려 내가 점점 더 움츠러드는 느낌이었다.
평소 나는 디렉션이 사진가에게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믿는 사람인데, 정작 내가 위축된 채로 촬영에 임하고 있으니 아쉽다고 해야 할까. 그럼에도 촬영은 순조롭게 끝났고, 보정까지 잘 마무리됐다.
집에 돌아와 찍은 사진들을 봤다.
그 당시 A컷이라고 생각했던, 정면을 바라보며 카메라를 들고 있는 장면을 인스타그램 프로필로 바로 바꿨다가, 알 수 없는 미묘한 이질감을 느꼈다.
‘너무 과하다’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고, 결국 나는 그 사진을 급히 내리고 내 얼굴을 카메라가 오롯이 가리고 있는 사진으로 대체했다.
외모에 자신감이 없어서일까. 아니, 그보다도 ‘시선을 정면이 아닌, 다른 곳에 둔 사진을 더 많이 담아둘 걸’ 하는 아쉬움이 뒤늦게 올라왔던 것 같다.
반면 브런치 스토리 프로필은 마음에 들었다.
긴 의자에 앉아 내가 쓴 책을 자연스럽게 읽고 있는 포즈. 과하지도 않고, 그 장면은 내가 평소 해오던 ‘기록’의 모습에 더 가까웠다. 그래서 이 사진으로 교보문고 작가 프로필도 신청해볼 생각이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오롯이 ‘나의 사진’을 의뢰한다는 것. 그건 정말 쉬운 일이 아니겠다고 느꼈다.
의뢰를 받아들이는 사람도, 아무리 많은 경험이 있어도 그 순간만큼은 처음 같은 경험일 거고, 의뢰한 사람 역시 마음속에 결과물에 대한 기대와 두려움이 함께 공존할 테니까.
이번에 찍은 작가 프로필 사진은 절반은 만족, 절반은 아쉬웠던 경험이었다. 그럼에도 그 의도만큼은 독자분들께 닿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든다. 내 이야기가, 나의 컨텐츠가, 조금이라도 더 ‘믿어 볼 수 있는 발행자’가 작성했다는 의미만 전달될 수만 있다면 하는 바램.
나는 그 바램을 표현하기 위해, 내 시간과 비용을 들여 이렇게 프로필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어쩌면, 아마도, 그 사진 한 장은 나를 더 멋지게 보이게 하려는 시도라기보다, 내 이야기를 더 책임 있게 건네고 싶다는 마음의 증거였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