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에만큼은, ‘우리’가 필요 없었다
<혼밥>
때로는 우리의 의지보다 더 큰 무언가가, 내가 당연하다고 믿어온 관념을 조용히 바꿔놓기도 한다.
코로나 전엔 사내식당에 1인석이 없었다. 사람에게도, 모니터 너머의 알 수 없는 무언가에게도 압도당한 날이면, 나는 종종 혼자 점심을 먹고 싶어졌다.
하지만 식당엔 오직 4인용 좌석뿐이었고, 혼자 앉는다는 건 호사이자 민폐처럼 느껴졌다.
“빛담, 오늘 왜 혼자 먹어? 같이 먹을까?”
누군가의 다정함은, 내가 잠깐 멀어지고 싶다는 마음을 모른 채 가볍게 다가오곤 했다.
코로나를 지난 지금은 혼밥을 먹을 수 있는 잠시의 ‘휴양지’가 있어 다행이다.
그곳, 휴양지에서는 남의 식사 속도를 맞출 필요도 없고, 내 우주의 전부인 에어팟을 굳이 뺄 필요도 없다. 그곳에서는 모든 초점이, 오롯이 나에게만 맞춰진다.
오늘처럼 주변의 모든 소리가 ‘노이즈’로 들리는 하루라면, 나는 나만의 휴양지로 잠시 여행을 떠나곤 한다.
이럴 땐, 그 이후 생겨난 이 작은 변화가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밥 먹는 시간만큼은, 적어도 ‘우리’라는 개념이 내게 강요되지 않게 되었으니까.
내게 또 하나의 휴양지가 생겼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