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색 커피집으로 가려다, 초록색으로

월급날의 벤티

by 빛담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스타벅스는, 내 어린 시절의 ‘짜장면 집’과 비슷하다고 느낀다.

사 먹을 돈은 있는데, 막상 사 먹으려면 괜히 혼자 미안해지는 가격. 완전히 비싸서 못 먹을 정도는 아니지만, ‘내가 이걸 먹어도 되나?’ 싶게 신통방통한 그 가격대. 그게 스타벅스의 가격대다.


그래서 나는 보통 ‘노란색’ 커피집으로 향하곤 한다.

원래 나는 초록색보다 따스한 웜톤인 ‘노란색’을 더 좋아하니까. 커피가 거기서 거기이기도 하고.


오늘은 소소한 월급날이었다.

월급이 들어오자마자 반가웠던 건 나뿐만이 아니었던 것 같다.

가족 생활비, 카드값, 대출 이자, 아이들 저축. 그렇게 평소엔 나를 찾지도 않던 카드사와 은행들이 오늘만큼은 불이 나게 나를 찾았고, 그들이 지나간 자리엔 아주 작고 소중한, 내가 쓸 수 있는 ‘용돈’만 남게 되었다.


오늘 정도는 스타벅스에 가보려고 한다.

따뜻한 아메리카노, 제일 큰 거. 뭐라고 부르는지는 모르겠다.

벤티인지 그란데인지. 아무튼 그거. 한 달간 사고 안 치고 꾹 참고 고생한 게 이깟 커피 한 잔으로 위로가 될 성 싶겠냐만은, 그래도 위로해 주자.


셀프 리워딩을 하기엔 스타벅스 커피가 꽤 가성비가 좋다.

너무 높지도, 너무 낮지도 않은, 이것은 마치 두쫀쿠 씹는 느낌의 황금 밸런스.


아, 근데 너무 많이 셀프 리워딩해 주진 말자. 남은 용돈도 별로 없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