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제당하지 않기 위해, 툭
<연락>
어릴 적엔 내 연락처에 무려 1,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있었다.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했을 땐, 거기 있던 천 명이 모두 내 인맥인 줄 알았으니까.
하지만 관계는 생물이라 계속 변한다. 무엇보다 홀로는 지탱할 수 없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사람 ‘인(人)’ 자처럼, 관계는 혼자 하는 게 아니라 둘이 하는 것이라는 걸.
그 사실을 안 뒤로는 결혼식 때 시간을 내어 와주셨던 하객들, 군대에서 목숨을 같이 내어놓고 훈련하던 동료들, 초·중·고·대학 친구들까지.
그 당시 우리는 분명 ‘관계’였으나 지금은 서로가 연락하면 오히려 “왜 나한테 연락을?” 할 것 같은 사람들을 과감하게 연락처에서 지워냈다.
아 물론, 혹시나 내가 지워둔 연락처의 사람이 전화라도 오면, “아, 미안해. 아이폰으로 바꿨어.”라는 마법의 문장도 미리 만들어 둔 채 말이다.
그런데 말이다. 그 마법의 문장은, 단 한 번도 내가 써먹은 적이 없는 것 같다.
아마 그들도 나와 같을 것이다. 나는 대부분의 관계에서 이미 ‘삭제’당했겠지.
그리고 이렇게 축소된 관계 안에서도, 이 생물은 또 변화할 것이다. 지금은 별로 친하지 않은 관계도 어떤 사소한 계기로 친밀도가 올라갈 수도 있고, 죽고 못 사는 관계지만 앞으로는 연락 한 번 안 할 사이가 될 수도 있다.
그래서 관계란 어렵다. 나 혼자 어찌 해볼 수 있는 게 아니니까.
그럼에도 남은 이 사소한 관계마저 잃고 싶지는 않은 마음이다.
그래서 오늘도 그래서 인스타든, 카톡이든 내 관계를 잃지 않기 위해 툭툭 안부를 건넨다.
너무 오래 연락을 하지 않게 되면, 아마도 그의 연락처에서 내가 삭제될 테니. 슬프지만 아주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 인 셈이다.
그래서 연락은 언락이다.
잠겨 있던 그 사람의 마음을 해제하는 것. 그리고 나를 그 사람에게서 지워지지 않게 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