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진 화각으로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일

by 빛담

<줌렌즈와 단렌즈>


렌즈 교환식 카메라에 흥미를 가진 뒤, 렌즈마다 ‘화각’이라는 개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실 우리가 평소 접하기 쉬운 스마트폰 카메라에도, 그들 나름의 화각별 렌즈가 탑재되어 있다. 덕분에 우리는 원하는 피사체에 제한 없이 다가설 수 있다.

하지만 렌즈 교환식 카메라에 탑재할 수 있는 렌즈는 오직 1개. 이것은 규칙이다.


처음 접했던 ‘줌렌즈’는 나에게 무한한 자유를 선사했다.

나와 피사체의 거리를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었고, 내가 원하는 화면을 내 손으로 당겨왔다.

그것은 마치 게임 속 ‘에디터’ 같았다. 현실을 내 마음대로 편집하는 느낌.


줌렌즈를 접하고 나서야, 나는 ‘단렌즈’라고 불리는 단초점 렌즈를 접할 수 있었다.

이 친구들은 화각이 고정되어 있기에, 내가 피사체와의 거리를 맞추는 수밖에 없다. 단렌즈, 이친구들과 함께라면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것들이 더 많다.

깨닫고 보니, 이것은 현실과 꽤 닮아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단렌즈와 함께 다닐때가 마음은 편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들이 어느 정도는 결정되어 있어서 그럴까. 덕분에 찍지 못하는 피사체도 있지만, 전혀 화가 나지 않는다. 그러려니 하게 된다.

‘단초점 렌즈니까.’

그 말 한마디면 나는 평온을 되찾곤 한다.


어쩌면 우리네 인생은, 나와 피사체 사이의 거리를 적절히 조절해 주는 줌렌즈가 아니라, 그 반대인 제약 조건이 많은 단렌즈와 더 닮아 있지는 않을까.

내게 주어진 환경에서, 줌렌즈보다 더 최선을 다해야 하는 재미 속에서, 그 나름대로의 의미를 찾아가는 것.


결국 우리는, 우리가 가진 화각으로 최선을 다해 살아가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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