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어릴 적, 아니지. 지금도 우리 아버지는 애연가시다.
예전에 아버지께서 “88라이트 한 갑 사 와라” 하시며 3천 원을 손에 쥐여 주시던 게 생각난다. 그중 천 원은 나의 커미션. 요즘 말로 하자면 소위 ‘담배 셔틀’이었다.
그땐 집에서 담배를 펴도 되던 시대였다.
지금 같으면 상상도 못 할 일이겠지만. 나는 안방에 자욱히 깔린 담배 연기 속에서, 그게 해로운 줄도 모르고 컸다.
그리고 늘, 쓴웃음을 지으며 연기를 한 모금 내뱉고는 한숨을 쉬심과 동시에 조금 안정된 표정을 찾으시는 아버지를 보며 다짐했었다.
“나는 커서는 절대 담배 같은 건 입에 대지도 않을 거야.”
담배 연기가 싫기도 했지만, 아버지처럼 고된 삶을 살고 싶지 않다는 다짐이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 내 머리와 몸이 점점 어른에 가까워질수록, 동급생들에게 담배를 권유받는 날도 잦아지곤 했다.
하지만 마흔이 넘은 지금까지도, 어릴 적 그 다짐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런데 묘하게도, 지금의 나는 어릴 적 담배 심부름을 시키시던 아버지보다 더 어른이 되어버렸다.
흡연만 안 할 뿐, 삶이 정말 팍팍하고 고되다는 게 어떤 건지는 이제 알겠다.
그래서인지 그때 안방에 남아 있던 아버지의 담배 연기가, 사실은 ‘삶의 무게’였다는 걸 이제서야 조금은 이해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