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씹고, 아무 일도 없었던 척

턱 힘으로 버티는 회사생활

by 빛담

〈껌〉


최근들어 요새 나와 부쩍 친해진 녀석이 하나 있으니, 바로 ‘껌’이다.


내가 저연차였을 당시, 사무실에서 껌을 씹는 일은 꽤 무례한 행동으로 여겨지곤 했다.

실제로 주의를 주는 엄한 선배도 더러 있었고. 그렇게 혼나던 저연차였던 내가 어느새 고연차가 되었는데, 그럼에도 아직 막내인 건 여전히 놀라운 일이다.


껌은 졸릴 때 잠을 깨워주는 데에 꽤 효용이 있지만, 요즘 나에게 껌은 그 용도로만 쓰이지는 않는다.

누군가를 씹고 뜯고 맛보고 싶은 생각이 물밀듯이 밀려오는 순간이면, 나는 책상 서랍에 넣어둔 알약 형태의 자일리톨 두 알을 처방받듯 입안에 털어 넣는다.

현실 세계에서 누군가를 실제로 씹고 뜯고 맛봤다가는 큰일이 나니까.


그래서 요즘 껌은 사무실에서 나와 가장 친한 친구가 되었다.

물론, 잠을 깨우기 위한 친구는 아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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