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동료뿐 아니라 친구와 가족까지 모두가 나는 조기복직할 것 같다고 했다. 남편도 나의 산후우울을 걱정한 가장 큰 이유는 내가 일을 잠시 쉬기 때문이었다. 나만큼이나 워커홀릭인 남편은 주변 워커홀릭 여자 동료분들이 모두 일을 하고 싶어 조기복직하였다고 했다.
실제로 내가 육휴를 들어오고 나서 얼마나 일을 좋아했는지를 알게 되긴 했다. 그리고 산후우울기에는 일을 정말 하고 싶다고 이야기할 정도로 나는 복직하고 싶었다. 지금까지 이 회사에서 일을 하게 된 걸 후회하지 않았고 이직하지 않은 걸 후회하지 않았었지만, 이 시기에는 후회했었다. 내가 돈을 정말 많이 벌어서 시터를 쓴다 해도 내 월급이 압도적으로 높아서 누가 봐도 시터를 쓰더라도 일해야 한다고 했다면 나는 복직이라는 옵션을 선택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어서였다. 그러나 시터를 쓴다는 것은 어쨌거나 아이에게 내 시간을 많이 할애하지 못한다는 거고, 좋은 시터를 만난다는 보장도 없는데 굳이 내가 월급이 어마어마한 것도 아닌데 나가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내리지 못해서 복직을 하지 않았었다.
그러나 출산한 후 5개월 정도가 지난 지금은 또 다른 마인드가 되었다. 나는 우울할 때마다 늘 오늘에 집중하기로 했었다. 내가 워커홀릭이었던 이유는 내가 성장하는 그 느낌이 좋았기 때문이었고, 어쨌거나 승진을 하거나 월급 인상률을 많이 받거나 하는 등 회사에서도 어느 정도의 보상은 있었기에 그 성장의 맛을 놓치지 못했었다. 또한 논문까지 쓰면서 '성장의 맛'에 취해있었던 것 아닌 가 싶은데 산후우울감을 겪으며 나는 이제 미래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오늘 내 아이가 이렇게 웃는다면. 오늘 본 유튜브가 재미있다면. 그거에 만족하리라. 그리고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 어느덧 이 생활에도 적응을 해 나가고 있다.
임신을 계획하는 또 다른 워커홀릭의 친구가 임신을 하면 마인드가 달라질까?라고 물어봤다. 글쎄. 임신으로는 달라지지 않고 일을 떼 놓고 잠시 일을 멀리 하는 시간이 생긴다면 사람의 마인드는 달라진다. 직장에 나간다고 나를 이렇게나 좋아해 줄 사람이 있을까. 아이는 나에게 이렇게나 활짝 웃고 나의 손이 너무나 필요한 사람인데 내가 어딜 간다고 해서 나를 이렇게나 필요로 할 사람이 있을까. 이런 생각이 든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일을 그만두고 싶은 건 절대 아니다. 조기복직 제안이 들어왔을 때 솔깃했던 것은 사실이었다. 가끔 출근하는 남편을 볼 때. 그리고 가끔 저녁 식사 자리에서 핸드폰으로 바쁘게 일을 하는 남편을 볼 때. 우리 둘 다 저랬었는데 나는 이제 남편의 핸드폰 뒷면만 보는구나 라는 생각에 울컥할 때가 있다. 또한 예전에는 둘이 직장 일의 성격은 달라도 직장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나는 어느덧 할 직장 이야기가 없을 때. 나에게 오로지 이슈는 육아밖에 없을 때. 또한 어느덧 정부지원금으로 생활하는 내가 돈을 못 번다는 생각 때문에 돈 쓰는 것이 괜한 눈치 보일 때. 이런 때 복직을 꿈꾼다.
그러나 일에서 벗어나서 '나란 사람은 누구일까'라는 것에 대해 이렇게 많이 생각해 본 시기가 처음이어서 이 시기가 아이에게뿐 아니라 나에게도 너무 필요한 시기라는 생각이 든다. 대학 졸업 후 처음으로 소속이 없어진 상황에서 나는 뭘 좋아하는 걸까. 나와 이 아기는 뭘 할 때 가장 재미있을까. 일을 제외한 나는 뭐라고 정의될 수 있을까. 또한 육아휴직을 안 했다면 내가 이렇게 이 아기를 속속들이 알 수 있었을까. 나를 이렇게나 뚫어지게 쳐다보고 다른 사람이 오면 무섭다고 나에게 안겨있고 내가 '잘 잤어?'라는 소리만 해도 방긋 웃는 이러한 모습은 주양육자가 되지 않는다면 느낄 수 없는 감정이기에 결국 나는 하나를 잠시 놓고 또 다른 행복을 찾은 셈이다.
결국 워커홀릭에게 육아휴직이란 분명 우울도 오고 절망도 오겠지만, 새로운 나와 아이를 알아갈 수 있는 시간이자 아기뿐만 아니라 나에 대해서도 깊이 있게 성찰해 볼 수 있는 시간이기에. 결국 워커홀릭들은 육아휴직 기간에도 본인의 성장을 위해서 조금씩이나마 고군분투하기 때문에 또 다른 성장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