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가 되어가는 출산 후 나

출산 직후 잠을 왜 이렇게 못 잘까?

by 도로도로

임신 후기, 나는 매일 새벽 3시면 눈을 떠서 거실의 리클라이너 소파에 앉아있었다. 임신 후기에 들어서 역류성 식도염이 심해졌기 때문이다. 오히려 6시에 해가 뜨면 귀신 같이 역류성 식도염이 괜찮아져서 2시간 잠을 더 자고 출근하기 반복이었다. 남편에게 농담처럼 육아하기 위해서 몸이 잠 부족을 연습하나봐 라고 했는데 이 말이 소름 끼치는 예언이 될 줄은 몰랐다.


출산 후, 나는 조리원에서 청소해 주시는 분이 몸조리하시는 분이 왜 이렇게 빨리 일어나냐고 할 정도로 아침 7시면 샤워까지 마치고 앉아서 TV를 보고 있었다. 그래도 그때가 출산 후 가장 잠을 많이 잔 시간이었다. 집으로 돌아와 초기에는 새벽 수유를 위해 새벽에는 거의 잠을 안 자고 산후관리사님이 오시면 잠을 자는 패턴을 유지하다가 산후관리사님이 가실 때쯤 아이는 어느덧 통잠을 자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이가 통잠을 자는 지금도 나는 4시간 이상 이어서 자지 못한다. 낮에는 멍하고, 밤에는 촉각을 곤두세우며 잔다. 좀비가 따로 없다고 가끔 거울을 보며 생각한다.


도대체 왜일까? 나는 왜 잠을 못 자는 걸까? 아이도 잠을 잘 자주고 가끔 깨도 쪽쪽이를 물려주면 다시 잘 자는데. 푹 자지 못하는 이유를 문현아, 전지원(2017) 논문을 통해 차분하게 정리해 볼 수 있었다.


이 논문은 나 같은 엄마들의 상태를 돌봄을 위한 '상시 대기'라는 상태로 정의하였다. 수유주기가 길어지더라도, 아기가 잘 자는지 불안해서, 숨 막힐까 봐 불안해서, 돌연사가 있다고 하니 불안해서 케어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선잠을 자게 되고 아기의 수면 시간이 늘어나더라도 양육 여성의 수면 시간이 곧바로 늘어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정확했다. 아기가 '엥'이라도 소리 나면 눈이 번쩍 떠지고 뒤척거리는 소리가 나면 뭔가 문제가 있나 하고 들여다보게 된다. 예전에는 추워도 음 춥군 이불을 더 덮고 자야지 하고 잤지만 이제는 추운데 아기도 춥지 않을까 하고 보일러를 올리려고 다시 일어나게 된다. 아기가 나를 찾지 않아도 나는 아기 비상 보초를 선다.


또한 내가 느끼는 좀비 같은 상태도 논문을 통해 정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논문 속 연구 참여자들의 대부분은 항상 몽롱하고 피곤함을 느끼며, 기억력이 가물가물해지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호소했다. 연구자들은 이것이 수면 부족으로 인해 나타날 수 있는 상태라고 설명하며, 의학 논문이 아니기에 연구자들이 단언하지 못하지만 산후우울과 수면 부족 간에도 밀접한 관계가 있을 수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출산하고 흔히 멍청해졌다고 말한 것이 뭔가 다른 이유 때문이 아니라 잠을 못 잔 뇌가 멍해지고 기억력이 쇠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간혹 친구들이 새벽에는 남편하고 바통 터치해서 자면 되잖아.라고 말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집에서도 야근하고 아침에도 노트북을 켜는 남편을 보면 또 그래. 차라리 내가 하고 너무 졸리면 아기 낮잠 잘 때 그냥 자야지 생각한다. 논문 속 참여자들도 역시 생계 부양을 혼자 하는 사람의 잠을 부족하게 할 수 없다고, 한 사람이라도 뭔가 제대로 해야 집이 돌아갈 수 있지 않냐고 생각한다. 우리 가족의 생계도 중요하니까.


그래도 이 논문에서는 각방까지 쓰는 구조가 많이 나타나는데 나는 그래도 남편과 함께 한 방을 쓰고 있고 아이가 보챌 때 남편이 달래주는 경우도 있기에 그래. 남편에게 고마워해야 하는 걸까. 미리 잠 부족을 연습시켜 준 임신 시기 나에게 고마워해야 하는 걸까.


*오늘의 참고 논문: 문현아, 전지원. (2017). 선잠의 생활화: 출산 직후 양육기 여성의 수면 양상과 특징 분석. 가족과 문화, 29(4), 1–26. https://doi.org/10.21478/family.29.4.201712.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