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엄마 탓이라고?

by 도로도로

2차 영유아 검진 날이었다. 검진이 가능한 마지막 날이기도 했다. 검진받자마자 "아이 머리가 뒷부분이 납작한 건 알고 계시죠? 헬멧을 알아보든가 해야 할 것 같은데"라는 말을 들었다. 알고 있었다. 유난히 반듯하게 등을 대고 누워서 자기에 어느 순간 머리가 납작해졌다. 양가 부모님들도 이야기했지만 우리 부부는 크게 받아들이지 않았는데 병원에서 그 말을 들으니 충격이었다. 심각하구나. 병원에서도 헬멧 이야기를 할 정도구나.


그 말을 계속하던 의사 선생님은 "어우 근데 좀 개월 수가 지났네. 엄마 탓이야 엄마 탓 엎드려 놓았어야지 엄마가 뒤집어 주고 했어야지"라고 했다. 그 자리에는 분명 남편도 있었고 솔직히 말하면 아이가 잘 게워서 그게 안쓰럽다고 오래 엎드려 있던 걸 싫어한 건 남편이었다. 물론 나도 잘 때 등을 대고 재우고 베개 같은 걸 아무것도 쓰지 않아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그게 요즘 소아과 의사분들이 많이 주장하는 거였으니까.


착잡한 마음으로 집에 왔다. 남편은 헬멧 알아보고 필요하면 씌우자고 했고 업체 예약을 해놓고 열심히 아이를 엎드리게 했다. 집에 놀러 온 엄마한테 이 이야기를 하니 엄마가 대번 "그러니까 내가 재울 때 베개 써야 한다고 하지 않았냐. 다 물어봐도 반듯하게 재우는 엄마가 어딨냐고 주변에 다 그러더라." 해서 내가 그래 내 탓이지 하고 자조적으로 말했더니 엄마가 맞다고 너 탓이라고 내가 얼마나 이야기했냐고 했다.


거기에서 뭔가 그냥 나 자신이 무너져 내리는 기분이었다. 헬멧을 끼워야 한다는 것에 미안하고 착잡하고 등을 대고 재운 내가 잘못한 건가 자책하고 있는데 거기에 망치질을 당한 느낌이었다.


알아보니 업체들에서 소견서를 필요로 한다고 했고 마침 영유아 검진 때 필요하면 소견서를 요청하라고 해서 병원에 전화했더니 가지러 오라고 했다. 바로 갔더니 어디에 제출할 거냐 그래서 헬멧 업체에 소견서를 내려고 한다고 했더니 대학병원을 가보든지 해야지 업체에 소견서를 어떻게 써주냐고 업체에는 못 써준다고 해서 알겠다고 다시 알아보겠다고 하고 쿨하게 나오는데 뒤통수에서 의사가 "누가 이렇게 소견서를 요청하는 건지 참"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업체에게 한 말인지 나에게 한 말인지 알 수 없었지만 거기에서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모르겠다 왜 무너져 내렸는지. 박 터지기 할 때 조그마한 공 하나에 박이 팍 터지기도 하듯 모든 걸 다 내가 잘못한 거 같아 병원은 쿨하게 나왔지만 나오자마자 눈물이 쏟아졌다. 소아과를 나오니 맞은편에 정신과가 있었다. 이 거리를 수도 없이 걸었지만 저기에 정신과가 있는지 이번에 처음 알았다. 가서 내가 너무 힘들다고 약으로 이런 걸 고칠 수 있다면 제발 약을 처방해 달라고 사정해 볼까 진지하게 고민했다.


엄마는 특히 나 같이 육아휴직을 하든가 전업주부를 하는 엄마는 더더욱 24시간이 육아 속에 있기 때문에 뭐 하나 무슨 이슈가 있으면 누가 뭐라고 하지 않아도 자책한다. 내가 뭘 못해서일까 더 잘해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한다. 내 아이니까. 누구보다 내가 더 절실하게 고민한다.


그러니 굳이 엄마를 탓해가면서까지 비난할 필요는 없다. 그러면 이제 자책을 넘어서 나라는 존재에 대한 회의감을 느낄 때가 있다. 이 사건은 저 날 이후로 또 괜찮아졌지만 그 하루 나는 정말 악몽 같았다. 그러니 악몽을 겪는 사람을 위로해 줘도 괜찮다.


참고로 재활의학과 의사인 지인분한테 물어봤는데 정도와 개월 수를 고려할 때 헬멧을 씌우면 조금 나아지긴 하겠지만 권장하지 않는다고 지금 납작한 부분은 그리고 원래 납작한 거라고도 했고 업체에 상담 간 결과도 그 부분은 성장에 따라 달라지는 거라 헬멧을 써도 크게 나아질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해 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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