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전 동거부터 우리 집은 늘 안방, 내 서재, 남편 서재가 있었다. 두 명 다 재택근무를 하는 날이 있기에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 일을 하지 않을 때에도 책상에 앉아 논문을 쓰기도 개인적 일기를 쓰기도 했다.
그러나 아이가 태어난 후 아이 침대를 놓을 곳이 없어 결국 내 서재는 아이방으로 변신했다. 아직 컴퓨터 모니터와 책상이 있지만 무의미하다. 아이가 깨 있을 때는 육아해야 하고 아이가 잘 땐 자기 때문에 그 방을 쓸 수 없다.
방이 없어진 것에 서운하지는 않지만 내가 혼자 조용히 무언가를 할 수 있는 방이 없다. 늘 일기를 일기장에 썼는데 출산하고부터 나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스마트폰으로 일기를 옮겨온 건 그 때문인가 보다. 거실에도 책상과 모니터가 있지만 모니터를 누군가에게 안 보여 줄 수가 없다. 생각보다 모니터가 모두에게 공개되어 있다는 건 엄청 불편한 일이다.
하루는 남편과 출산 후 처음으로 말을 섞지 않을 정도로 싸웠는데 남편은 쌩 방으로 들어갔만 나는 들어갈 곳이 안방뿐이었다. 아이가 자고 나서도 내가 조용히 나의 감정을 정리할 곳은 공동의 침대뿐이었다. 한 번도 방이 없는 것에 서글프지 않았는데 그날은 너무 서글펐다. 나의 감정은 어디에서 정리되어야 하는가. 결국 화장실을 찾아간다는 예전 아빠의 마음이 이런 거일까. 점차 집에서 나의 공간은 없어져가는 것일까.
내가 복직하고 나면 나의 재택근무는 어디서 이루어져야 하는가. 글쎄. 나도 모르겠다. 나도 나만의 안락한 공간을 가지고 싶다는 생각을 이제는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