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낳기 전 친구들의 인스타그램에 부모님, 혹은 시부모님과 아이와 함께 여행을 간 것을 보면 정말 친구가 효심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아이를 낳기 전 우리 부부는 우리끼리 여행을 다니느라 바빴다. 둘이 가보지 못한 곳도 너무 많았고 둘이 가면 자유롭게 둘이 원하는 곳으로 다닐 수 있었으니까. 수영을 좋아하는 우리 부부는 수영을 할 수 있는 호텔이라면, 특히 야외에 수영할 수 있는 곳이 있어 좋은 풍경을 보면서 수영할 수 있다면 그 어디든 갈 기세로 돌아다녔다. 실제로 수영장으로 유명한 호텔은 엔간한 곳은 다 가보았던 것 같고 해외도 우리는 그런 류를 찾아서 돌아다녔다.
결혼 전 오빠와 함께 부모님을 모시고 간 해외여행은 많은 추억이 있지만 또 힘든 부분이 있었다. 부모님의 라이프스타일과 나의 라이프스타일은 다르고, 입맛도 다르기에 내가 준비해야 할 것도 자연히 많았다. 좋은 풍경을 가지고 있는 집이라 엄청 힘들게 구했던 에어비앤비는 오히려 부모님의 눈에는 왜 남의 집을 빌려서 자지?라고 보였고, 결혼을 앞두고 있었던 나는 부모님과 가는 것도 이렇게 나의 계획과 다른데 시부모님과 같이 가는 여행은 더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부모님을 모시고 우리 부부가 여행을 떠나는 것, 혹은 시부모님을 모시고 우리 부부가 여행을 떠나는 것은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러나 아기를 데리고 첫 호캉스를 결심한 날, 남편은 바로 장모님, 장인어른을 모시고 가야겠어.라고 했다. 단번에 이해할 수 있었다. 이건 효도 차원보다는 우리의 호캉스를 아주 조금이나마 보장받기 위한 것이라는 걸. 0세 아기와 호캉스를 떠난다는 것은 상상 이상의 마음의 준비가 필요했다. 우리가 좋아하는 수영이라는 걸 이 아이와 함께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아이를 데리고 아기풀에서 노는 것은 우리가 좋아하는 수영을 하는 것이라기보다는 물놀이를 체험시켜 주는 것에 가까웠다. 밥도 여유롭게 식당에서 먹는 것은 불가하다. 아기를 키워본 분들은 알겠지만 유모차에서 조용히 있던 아기들도 유모차가 멈추는 순간 짜증을 내기 시작한다. 아기들은 무조건 움직여야 하거나 말을 걸어줘야 하고 그 말은 우리가 온전히 조식을 누리기도 힘들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이 아이를 이뻐해 줄 수 있는 많은 사람들이 있으면 훨씬 우리에게는 많은 자유시간이 생긴다. 그러나 친구들은 이 아이를 오랫동안 이뻐해주지 못한다. 결국 우리가 의지할 수 있는 것은 또 우리의 부모님들이다. 양가 부모님들만큼 이 아이를 이뻐해 줄 수 있는 사람들은 없다. 성가셔하지 않고 이 아이와 있는 시간 자체가 행복인 분들. 안지 않아도 된다고 해도 아이만 보면 하루 종일 안고 다니시고 핸드폰으로 수백 장의 사진을 찍어가고 그다음 날이 되면 아이가 아른거려 아무것도 못하겠다는 분들. 결국 우리가 어리광을 부릴 수 있는 건 부모님이다. "같이 여행 갈래? 근데 다만 아이 데리고 가서 온전하게 즐길 수 있는 호캉스는 아닐 거야"라고 말해도 아이를 데리고 호텔을 가는데 당연히 뭘 즐기냐고. 아기 산책로나 구경시켜 주고 호텔 로비에 있는 트리나 구경시켜 주면 된다고. 너네도 우리가 볼 동안 자유시간 좀 가지라고 하는 분들.
아기가 생기니 사실 눈치 볼 곳도 너무 많고 미안해할 것도 너무 많다. 유모차를 끌고 카페를 들어가면 카페에서 혹시나 아기가 울어서 사람들이 싫어할까 봐 아이스커피로 얼른 마시고 나오고, 마트에 가서도 유모차로 쌓여있는 물품을 칠까 봐 조심조심 끌고, 식당에는 룸이 아니면 더 이상 최대한 가지 않으려고 하고. 친구들을 초대해서도 아이가 날 찾으면 이 사이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는 모습. 그런데 아기가 생기고 오히려 이 아이로 인해 행복을 드릴 수 있다는 감정은 부모님에게만 든다. 그래서 우리와 이 아기 편인 부모님을 모시고 가는 것이 우리 부부와 우리 아기 모두에게 가장 행복한 여행이 될 수 있기에 우리는 3대가 여행을 떠나기로 결정했고, 앞선 친구들도 이런 맥락 때문에 떠났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