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J Mar 04. 2023

먼저 손을 놓은 사람은 누구일까

난데없이 외국으로 떠나버린 나 일까,

영상 통화 속 웃는 내 모습을 믿고 싶어서 모른척 하는 너 일까.


시아버지의 병세가 악화되면서 남편과 남편의 가족들은 나와 애들을 그 가족에는 원래부터 없었던 존재마냥 여기기 시작했다.

그냥, 미국가서 아들돈으로 잘먹고 잘사는 며느리. 그리고 돈을 보냈으니, 원래 씩씩하니,  웃으니,  살겠거니 믿고 싶은 아내.

그들의 슬픔에 동참할 자격은 없다는 듯 밀어내는 온도. 그리고 방관하는 남편.


나는 누구보다 열심인 장남 며느리였는데, 십수년동안 나의 노력을 기억해주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내가 며느리로서 '도리'를 다하지 않는 순간에는 철저히 이방인이었다. 남편은 아이도 궁금해하지 않았다. 통화를 할때마다 다정하지만 아내도, 아이들도 늘 후순위다. 원가족, 일, 그 다음이 아내와 아이인. 처음부터 그랬고 늘 그런.


아이들은 다 알고있었다. 아빠의 우선 순위가 본인들이 아님을. 엄마로서 부정하고 싶었지만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었고, 이곳에 와서 확신했다.고작 1년 반을 떨어져 살면서, 다시 돌아가거든 남편을 위해 일을 하고 돈을 벌어 고마운 마음을 평생 표현하며 살고싶던 내가 순진했음을 깨닫는다.


언제나 다정하고 묵묵하지만 평생 내가 일 순위는 아닌 사람과 살아간다는게 두렵다. 나의 시어머니는 당신 남편이 평생 원가족만 챙기고 살았다고 불평하신다. 그러나 아들이 똑같은 역사를 반복하는건 마다하지 않으신다.


기러기 부부로 살면서, 한발자국 떨어져 살다보니 마주하고 싶지 않은 순간과 맞이하게 된다. 실체를 보는 것. 그리고 그 실체를 알고도 다시 시작할 것인지 다른 선택을 할 것인지 그 선택을 해야한다. 기러기 부부를 하며 남편이, 아내가 다른 이성과 소위 바람이 나는건 계산하지 않겠다. 하지만, 서로에 대해 알아버리면 그래서 그 시간이 길어지면 함께하기 어려워진다는걸 뼈저리게 깨닫는다. 남편은 나를 장남 며느리로 사랑했는지 모른다. 나는.. 나는.. 남편과 평생 연애하듯 살고싶어서, 마음에 들고 싶어서 그런 노력을 해주는 댓가로 남편의 마음을 산건 아닐까 생각해본다. 의리라는 이름으로.


나의 결론은 나도 모르겠다. 석사 과정은 끝이 보이고, 지금 이 순간 나는 결정해야 한다. 손은 내놓고 있지만 나에게 굳이 다가오지는 않는 그 손을 내가 달려가 또 잡을 것인지.. 여기서 놓을 것인지.





작가의 이전글 Miracle Morning #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