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의 아울렛은 사람으로 가득 차 있었다. 신학기를 앞둔 2월이어서인지 모두들 손에 종이백을 여러 개씩 들고 이 매장 저 매장 기웃거리고 있었다.
썸을 타고 있는 오빠가 나의 취직 기념으로 옷을 사준다고 해서 온 아울렛이었다. 부담스러워서 두 번이나 거절했지만 썸을 이어가려면 세 번째 제안까지 거절할 순 없었기에 어쩔 수 없이 나온 터였다. 아울렛이 오픈하는 10시부터 오빠와 만나 매장들을 둘러보았다. 적당한 브랜드에서 블라우스를 골랐더니 왜 정장이 아니라 블라우스냐며 투덜거리기에 블라우스 두벌을 사는 것으로 타협하였다.
점심을 먹기엔 이른 시간이었는데도 아울렛의 푸트코트는 사람으로 붐볐다. 나는 대기번호가 가장 짧은 불고기덮밥을 주문하고 식판을 든 채로 자리를 찾아 서성였다. 오빠는 이곳에 입점한 냉면집이 유명한 곳이라며 꼭 먹어봐야겠다고 했다. 자리를 잡고 옆, 뒤, 앞 테이블의 사람들이 모두 바뀐 후에야 오빠의 물냉면이 나왔음을 알리는 카톡이 도착했다.
불고기덮밥은 너무 짰고 냉면은 면끼리 붙어있었다. 음악소리를 압도하는 사람들의 말소리를 들으며 아침부터 나오느라 허기진 뱃속에 음식을 밀어 넣었다.
오빠는 나온 김에 자신의 신발을 사고 싶다고 했다. 집에 가거나 좀 한적한 카페에 가서 커피나 마시고 싶었지만 오늘은 오빠의 말을 거역할 수 없었다. 오빠의 인스타엔 운동화 사진이 종종 올라와 있던 터라 존중해주고도 싶었다.
푸트코트는 4층, 스포츠 매장은 1층에 위치해 있었기 때문에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아래로 내려가야 했다. 오후가 되니 아울렛은 사람으로 가득 차다 못해 터져 나갈 지경이었다. 이 동네 사람들은 여기밖에 갈 데가 없는 건지 커플도, 아이가 있는 가족도, 노부부도 다 이곳에서 주말을 보내고 있었다.
사람들 때문에 에스컬레이터에서 오빠와 가까이 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어색하여 그냥 아무 말이나 꺼낸다는 것이 김민지의 이야기였다.
“오빠, 내 친구 김민지 기억나요?”
“아, 민지. 기억나지. 그 부평에 오피스텔 산다던 그 친구?”
“네, 맞아요. 근데 김민지네 이웃집으로 얼마 전에 이사 온 남자가 자살을 했대요.”
“뭐, 자살?”
“네. 자살이요. 그 남자가 서울에서 빌라 살다가 전세보증금 사기를 당해 가지고 부평 오피스텔로 이사 왔는데, 계속 뭐가 잘 안풀렸다나봐요.”
“아니, 죽으려면 자기 동네서 죽지 남의 동네까지 와서 무슨 피해를 주는 거야.”
에스컬레이터 앞계단에 서있던 남자가 뒤를 흘깃 쳐다보았다. 자신의 손을 쥐고 있는 아이가 안 보이냐며 계속 자살 이야기를 할 거냐는 비난의 눈초리였다. 오빠는 앞을 보지 못한 모양이었다.
“민지 씨가 힘들겠네. 이사 가고 싶대? 집은 잘 빠지려나. 엄한 곳에서 자살은 왜 해가지고.”
"그러게요."
나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겠지, 민지는 내 친구니까. 하지만 앞사람의 눈초리도 있고 해서 이 대화는 이만 멈추기로 했다. 결국 오빠에게 그 남자가 민지와 집을 합칠까 고민했던 민지의 남자친구였고, 민지의 고민은 집이 잘 빠질지가 아니라 남자친구가 그토록 살고 싶지 않았던 고통스러운 오늘을 살아나가야 한다는데 있다는 사실은 말해주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