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살고 있는 한국인 윌리엄스 씨에게

by 조이현

안녕하세요.


제 브런치에 처음으로 댓글을 달아주신 당신께 답장을 씁니다. 당신이 남긴 연락처가 아닌 브런치 글로 답장드리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사정은 이해해 주실 것이라 믿습니다.


브런치를 개설한 후부터 첫 댓글을 간절히 기다리던 저는, 첫 댓글이 달렸다는 알림 창을 들뜬 마음으로 눌렀습니다. 제가 전에 썼던 ‘야적장 앞에서’라는 글에 당신의 댓글이 달렸다는 그 알림에요.


댓글에서 당신은 자신을 미국에 사는 한국인이며 곧 한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라고 소개하였습니다. 제가 쓴 글을 재밌게 읽었다며 저와 친하게 지내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너무나 기다리던 첫 댓글인지라 좀 어벙벙했습니다. 하지만 곧 정신을 차리고 당신의 댓글을 신고한 후에 삭제하였습니다. 얼마 전에 로맨스 스캠의 위험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팟캐스트를 들었거든요. 당신의 댓글은 너무도 전형적이라서 신고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댓글을 삭제한 후에도 당신을 떠올렸습니다. 당신이 어떤 사람일지, 어떡하다가 제 글을 읽게 되었을지 상상했습니다. 네, 당신이 제 글을 읽었으리라는 생각에 이르렀습니다. 당신이 그 글을 읽지 않았더라면 굳이 저를 희생양으로 고르지 않았을 겁니다. 제 브런치의 가장 오래된 글도, 최신 글도 아니었던 그 글에 굳이 댓글을 달진 않았을 겁니다.


‘야적장 앞에서’는 어떻게 읽으셨나요. 우울증 환자의 넋두리로 들렸을까요. 매일 공중전화박스를 수리하는 사람과 야적장에 갑자기 떨어져 전화기를 붙잡고 있는 남자는 어떻게 느껴지셨졌나요. 왜 그 글에 댓글을 달아야겠다고 결심하셨나요.


혹시나, 정말 혹시나, 제 글을 읽으셨을 때 잠재적인 희생양을 찾았다는 기쁨 이외에 다른 감정도 느끼셨을까요. 어쨌든 저나 당신이나 부질없는 짓을 매일 반복하고 있는 건 마찬가지니까요. 혹시라도 ‘인간들 다 똑같구먼’하는 냉소의 미소라도 짓진 않으셨을까요.


당신은 어디에 계신 누구십니까. 미국, 캄보디아, 나이지리아 아니면 한국에 계신가요. 효율적인 작업을 위해 모니터 여러 개를 켜두고 각종 SNS를 헤매고 다니시나요. 하루에 얼마나 많은 글을 읽으시고 그중에 댓글을 다는 글은 몇 개나 되나요.


미국에 살고 있다는 윌리엄스 씨. 당신이 제 답장을 간절히 기다리는 것처럼 저도 당신의 댓글을 간절히 기다렸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정성 들여 답장을 쓰고 있는 겁니다.


당신은 아마 저보다 훨씬 드라마틱한 인생을 사셨겠죠. 당신의 사연이 궁금합니다. 어쩌다가 로맨스스캠 업계에 발을 들이시게 되었나요. 부양해야 할 가족이 있는지, 협박에 의한 건지, 아니면 단순히 당신의 도박이나 마약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건지 궁금합니다. 어떤 경우에도 상당히 굴곡진 인생이었을 겁니다.


사람들의 글을 로맨스 스캠의 대상으로밖에 읽지 못하는 당신을 위해 기도합니다. 가장 현대적인 산업의 최전방에서, 인간성을 상실한 당신의 영혼에게도 구원의 길이 있을지 모릅니다. 당신의 종교가 무엇이든, 아니 종교가 없을지라도 당신의 영혼이 지쳐있고 망가진 상태라는 건 분명하니까요.


가까운 미래에 당신에게는 큰일이 생길지도 모릅니다. NASA의 훈련을 받다 크게 다칠 수도 있고, 도서관에서 공부 중에 갑자기 심장마비 증세가 와서 병원에 입원하게 될지도 모르죠. 어떤 일일지는 모르겠지만 아무쪼록 무탈히 넘어가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럼 다시 한번 댓글에 감사드리며,

조이현 드림

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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