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
최근 남편을 통해 알게 된 지인이 있다. 정확히는 남편의 전 직장 동료였다. 남편의 현 직장이 전으로 바뀐지는 이제 2주 차다. 아무튼 그 지인과 내가 공통되는 점이 있다면 둘 다 프리랜서라는 점이다. 말이 좋아 프리랜서지 말 그대로 내가 일을 찾지 않으면 정말 프리한 게 프리랜서다. 나는 번역 일을 하고 그 사람은 음악 유학 컨설팅을 비롯해 다방면으로 여러 가지 일을 한다. 프리랜서라는 정의에 맞게 자유롭게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스스로 찾아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실행에 옮기는 그녀의 모습에서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각성이 좀 많이 됐다. 무엇보다 자신이 세운 목표를 실천하면서 소위 '자기 효능감'을 느꼈다는 말에 내가 최근에 그런 기분을 느낀 적이 몇 번이나 되나 싶었다. 번역에 나 자신을 한정 짓다 보니 번역으로 돈 벌어야 한다는 생각만 하고 있었다. 그런 생각을 한다고 번역 일이 많이 들어오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번역 일도 사실 소극적으로 접근하면서 '이 정도 벌었으면 충분해'하고 나 자신에 한계를 그을 때도 많았고. 문득 10대 시절에 겁 없이 모든 것에 덤벼들던 패기와 열정, 좋아하는 것을 생각만 해도 행복했던, 그랬던 나를 떠올렸다. 다시 내 멋대로 인생을 살 수 있을까? 어쩌면 '내 멋'대로 안 사니까 문제였는 지도 모른다. 내가 아닌 나를 보는 타인의 시선과 현실적인 것들을 재면서 나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았던 것 같다. 어쨌든 그 남편의 지인 덕분에 그간 거의 고스트 타운이나 다름없었던 브런치를 다시 시작했다. 사실을 말하자면, 그 지인은 이것저것 하고 싶은 것들 중에 글 쓰는 것도 그중 하나인데, 브런치를 응모했다 떨어졌다고 했다. 나 같은 유령 회원이 도메인만 차지하는 건 아무래도 너무 미안한 일이다. 그래서 유령이 되지 않기로 했고, 미안하지 않은 삶을 살기로 했다. 모든 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