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나를 할퀸 최초의 사건.
뺑뺑이 속에서 무한한 시간을 느끼며,
어지러이 돌아가는 주변 환경에,
시간여행을 하는 어린이, 바로 나.
매일매일 똑같은 뺑뺑이 속 시간이었지만,
그날은,
다른 시간으로 '툭'하고 떨어진 것만 같았다.
오래된 기억이라 흐릿하지만,
그날따라 같이 뺑뺑이를 타던
친구들이 하나도 없었다.
집 근처 가장 낯익은 곳에서의 낯선 느낌.
평소보다 더 느리게 탔지만,
어지러움은 조금 더 오래 남았던 날.
모르는 낯선 사람이었다,
나에게 다정히 말을 걸었던.
아무리 생각해도 얼굴은 떠오르지 않는다.
'다정'이라는 안대가 내 눈을 가렸던 모양이다.
낯선 그 사람은 나에게
"어지럽지 않니?" 물어보았다.
"조금 어지러워요."
나는 대답했다.
아까는 낯선 사람이었지만,
어린 나에게는 금방
아는 사람이 된 것 같은 느낌.
내가 사는 빌라 옆의 빌라 방향으로,
길게 손가락을 뻗고는
"저기까지 달려가면 어지럽지 않을 거야."
왜 그랬을까?
그저 몇 분만 가만히 있었더라면,
어지러움은 금방 가라앉을걸 알고 있었는데,
낯선 아는 사람의 '다정'은,
어느새 내가 저기로 달려가게 했다.
.
.
.
낯선 아는 사람은,
무서운 사람이었고,
집에서 오들오들 떨었더랬다.
엄마에게 비밀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족에게도 비밀로.
내가 잘못한 것 같아서,
말하면 혼날 것 같아서,
또 무서운 그 사람을 만날 것 같아서.
그날의 일은,
몇 년이 흐른 뒤,
학교에서 숙제로 내준 일기에
그 흔적을 남겼던 기억이 있다.
내 등 뒤에 여전히 남아 있는 그림자가 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