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좋아함은 너무 어려워.
비도 오고 그래서,
니 생각이 나서,
나의 첫 좋아함 썰(?)을 보슬보슬 이야기해보겠소.
첫사랑은 아니고 첫 좋아함은
어디 보자...
초등학교 5학년때였다.
따스한 봄보다는 뜨뜻했고
뜨거운 여름보단 포근했던 그런 계절이었다.
친구가 많지 않던 나에게는 남 모를 비밀이 있었다.
그리고 처음 느낀 감정이었다.
좋아한다, 저 사람이 좋다라는 달디단 감정.
내색 없이 그저 흘끔 바라보다 고개를 거뒀다.
그래도 그 찰나의 눈동자에 담긴 그 애의 모습에
설레어 발동동하던 나였다.
이름도 어쩜 생긴 모습과 어울릴까,
생긴 모습처럼 축구도 참 잘하네,
흘끔하고 눈동자에 담았던 그 애의 모습을
점점 마음에까지 그득그득 눌러 담았다.
내가 이 첫 좋아함을 기억하는 이유는,
그 애의 멋진 모습들 때문이 아니다.
그 모습만 기억했다면 나는 그것을,
첫 좋아함이라 느끼지 않았을 것이다.
그날은 매일 똑같던 점심시간이었다.
밥을 다 먹고 다음 수업시간까지 20여분 남짓 남았던,
그냥 평범하디 평범한 점심시간.
나는 자리에 앉아 여전히 그 애의 모습을,
눈에 담는 중이었다.
(그때 내 눈은 분명 하트였을 것이다.)
흐릿한 기억에 그 여자애는
많이 친하지 않았고, 부반장이었다.
그날 하필 내가 좋아한 그 애가,
부반장 여자아이의 실내화 한 짝을 가져가
약 올리며 개구지게 웃고 있었다.
평소 말 한마디 잘하지 않았던 친구인데,
그 애는 무엇 때문인지 나에게 부탁을 했다.
"내 실내화 좀 뺏어와 줘."
나는 친구가 거의 없었고, 어쩌면 이 계기로 이 친구가
나의 소중한 다이애나가 될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이 들었다.
(여름방학이면 티비에서는 빨간머리앤 만화를 해줬더랬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좋아한 그 남자애가,
부반장 여자애를 좋아해서 짓궂은 장난으로
관심을 표현한 것이라 생각이 든다.
하지만,
12살 어린 나는 그런 생각 못하지...
나의 다이애나로 만들기 위해,
나는 뚜벅뚜벅 걸어가,
아주 딱딱한 무같은 무표정을 하고
그 남자애 손에 들린 실내화를 툭하고 뺏었다.
(지금도 나는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무표정이 된다.)
그리고 실내화를 들고 부반장에게 돌아가고 있었다.
그 순간,
눈앞에 플래시가 터진 마냥 별이 반짝!
얼떨떨한 표정으로 그 남자애를 쳐다보다
갑자기 느껴진 볼따구 광대뼈의 통증이 찌릿!
그렇다.
내가 좋아하던,
이름도 생긴 것과 닮아 멋있던,
생긴 것과 같게 축구를 잘하던,
그 아이가 내 얼굴에 어퍼컷을 날렸던 것이다.
지금의 나라면 같이 주먹다짐을 했겠으나,
그때 나의 무기는 고작,
그 애를 달디달게 담던 눈을 쫙 찢어,
꿀처럼 달고 찐득한 눈 속의 그 애를
볼 아래로 흐르게 하는 것이 다였다.
이 첫 좋아함이 기억에 남는 이유,
날 때린 남자는 네가 처음이야!
지금 나는 12살의 그 애에게 물어보고 싶다.
"그래도 나는 여자아이였는데,
어퍼컷까지 날릴 정도로 내가 싫었니?"
어린 너에게,
어린 나는 어떤 사람이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