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ppy? Sad? Bad? JUST!
다양한 경험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요즘 들어 많이 하다가
친한 언니의 제안으로 뮤지컬을 보러 가게 되었다.
내가 마지막 뮤지컬을 본 게 언제더라...
기억에서 죽어야 할 것들은 남기고,
기억에 살게 해야 할 것들은 지우는 너란 뇌...
사실 난 뮤지컬을 좋아하지 않는다.
과거에도, 지금도, 아마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집중력이 워낙 약한 나이기에,
연기를 하다가 갑자기 노래하고
노래를 하다가 갑자기 연기하는
갑작스러운 변화들이 가득한 뮤지컬에는
도무지 적응이 안 됐기 때문이다.
나에게 뮤지컬이란
아주 고급스럽고 강렬한, 열정적이고 진취적이지만
나와 성향이 완전 반대인 친구를 만나는 일이다.
그런 내가 이번에 왜 뮤지컬을 볼 생각을 했냐 하면!
20대에 좋아하지 않았던 뮤지컬이,
혹시 40대엔 좋아졌을 수 있지 않을까?
라는 호기심과
매일 다른 하루인 것을 알면서도,
늘 같은 하루라고 생각하는 나의 착각을 깨어줄
강력한 경험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뮤지컬의 제목은 '어쩌면 해피엔딩'
굉장히 유명하고 상도 많이 받고 그렇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나는 초면이다.
그래서 뮤지컬의 내용을 전혀 알지 못한 채,
공연장에 발을 디뎠다.
좌석은 2층의 거의 끝자리였는데,
높은 위치라는 것을 잊을 정도로 관객들은 많았고,
2층보다 높은 앉은키의 관객들이
그냥 서도 난쟁이인 나의 시야를 슬그머니 가려서
과연 내가 집중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공연은 시작되었고 나의 걱정과 우려는
금방 기우였단 사실을 깨달았다.
배우분들의 이목구비는 전혀 보이지 않았고,
가뜩이나 노안이라 뿌옇게 보였지만,
관객들이 가득한 객석이라고 믿기 어렵게
배우분들의 연기에 빠져들었다.
가볍고 잔잔하고 흥미로운 스토리는
공연의 클라이맥스로 가면서 감동이라는 돌을 던져
마음속에 파동을 잔잔히 일으켰다.
눈물이 슬쩍 흘러 누가 볼세라 도둑의 손놀림으로 훔쳤다.
공연이 다 끝난 후에 나는
같이 뮤지컬을 본 언니들의 말을 빌려서 표현하자면,
누가 보면 어제 헤어진 사람처럼 대성통곡을 했다.
마지막 장면 배우분의 손짓 한 번에
내 눈물 버튼이 꾸욱 눌린 것이었다.
그 버튼 한 번에
내 감정이 주체할 수 없는 폭죽이 되어 터져 버렸다.
그렇다고 내가 뮤지컬을 갑자기 사랑하게 된 것은
안타깝게도 아니었다.
여전히 뮤지컬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어쩌면 해피엔딩'이라는 뮤지컬은
기억에 살아 숨 쉬는 작은 생명이 되었음은 분명하다.
밋밋했던 하루하루가 조금씩 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만
체감하지 못하고 있었고,
감정이 터져버린 그날 이후로
나에게 필요한 것은 동요하는 감정이란 것을 깨달았다.
무던하게, 평범하게 살고 싶다고 생각한 것은
나의 대단한 착각이었다.
나는 많은 것을 느끼고 경험하고 특별하게 채우고 싶다.
그것이 비록 큰 슬픔이고, 큰 우울이고, 마주치고 싶지 않은 분노라고 해도
다 느끼고 싶은 것이었음을 깨닫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내가 앞으로 글을 써가는 데에 있어서,
이 공연을 본 날은,
지칠 때마다 어깨를 토닥여주는 다정한 친구가 되어있을 것만 같다.
나의 엔딩은 어떤 모습일까?
궁금하지 않다, 결국 마주 하게 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