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 내가 한 권의 책이라면,

책 앞표지와 뒤표지에는 어떤 것이 담겨있을까?

by 에이첼

우연히 책을 읽다가 책 뒤표지가 궁금해졌다, 문득.

책을 사거나 읽을 때 앞표지나 옆표지는 찾아봤는데

뒤표지는 가격 확인할 때 외에는 관심을 둔적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심지어 앞표지만 보고 책 한번 쓰윽 훑고 구입하기도 했다.

뒤표지도 엄연히 책의 구성인데.


최근까지 힘겹게 읽어야 했던 멋진 신세계(올더스 헉슬리)를 들어 뒤표지를 보았다.

거의 한 면을 가득 채운 이 소설의 설명과,

유명하시겠지만 죄송스럽게도 나는 검색을 해야 알 수 있는 분들의 추천사,

유명한 이곳저곳에서 선정된 책이라는 수식어들로 가득하다.

그리고 중요한 가격도 함께.


각 잡고 진지하게 뒤표지를 보고 있는 이유는,

마치 시험기간에 공부할 책상 위를 빤딱빤딱하게 닦는 그 재미와 같은,

그것이다.


해야 할 일은 많고 읽어야 할 책도 많은데 책 뒤표지 관찰이

지금 이 순간에는,

그 어떤 예능프로보다, 드라마보다, 웹툰보다 재밌단 말이다.

길게 혓바닥을 내밀었지만 딴짓 중이란 말이기도.


가만히 생각해 본다.

내가 책 한 권이라면 나의 앞표지와 뒤표지는 무엇이 쓰여있을까?

그리고 나는 몇 페이지의 책일까?

내가 그냥 정하면 되는 것일까?

다른 사람들이 정해주는 것일까?


다른 사람들이 정해주는 것이라면,

나라는 책 뒤표지에는,


"내가 아는 사람 중에 가장 우울한 사람의 발버둥 치는 일상들." 이라던지,

"이것저것 쬐끔쬐끔 기웃거리다 결국 아무것도 완성 못한 사람의 말들." 이라던지,

"내가 아는 사람 중에 가장 우울하면서도 웃기고 어두우면서도 재밌는 스토리를 가진 사람."

일수도 있다는 혼자 키득키득할 생각을 해봤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정해주기'만' 하는 책은 되기 싫다.

나도 정하고 다른 사람들도 정해주는 책이 되고 싶다.


책을 많이 읽었다고 할 수 없지만,

나에게 책은 대화다.

책 속의 내용들을 통해 작가와 대화한다.

그리고 나는 그 작가들을 재해석한다.

그 후 그 작가가 쓴 다른 책을 구매함으로 대화를 이어간다.

이런 것이 나도 정하고 다른 사람들도 정해주는 책이 아닐까라는

내 마음속 어린이 철학자의 말을 옮겨 적고 있는 중이다.


나의 책은 아마 한 권으로는 안 끝날 것이다,

페이지도 제각각 일 테고.


책의 크기도, 두께도 다 다들 것이다,

나의 하루가 똑같아 보여도 그 하루 속의 나는 매일 다르기 때문에.


나라는 책 앞표지엔 제목과 가격을 쓸 것이고,

뒤표지에는 가운데에 투명한 셀로판지(?)로 처리해서

이렇게 끝맺음을 하려 한다.


"책이 끝나듯 인생에도 끝이 있지만

그 끝에서는 인생의 첫 순간을 기억하려 할 수 있음을."


- 이제 할 일에 집중하러 가자, 제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