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 - 시곗바늘아, (그만) 달려봐..

중간고사 걱정 없이 벚꽃놀이 하고 싶단 말이야...

by 에이첼

나무를 보면 봄의 시간이 흘러가는 것이 보인다.


꽃샘추위가 지나가며 산수유의 뺨을 토옥 두드리면

잠에서 막 깨어난 노란 꽃이 하품을 하고,

노랑은 동색이라 그의 벗인 개나리도

기지개를 쫘악 켜면

세상이 제법 따스해져 있다.

그 후 황금빛 햇살이 온 세상에 사르르 내려오면

목련꽃이 미색의 우아한 꽃봉오리를 터트리는 것은 시간문제다.


그리고 중간고사도 (시간) 문제다.


봄의 햇살은 꽃과 이파리들을 깨우지만,

나를 재우기에 충분히 포근한 이불이 된다.

개강한 지 4주 차에 접어들었지만

공부를 안 했단 말이다.


점점 짧아지는 봄의 클라이맥스는 벚꽃이 피는 것인데,

비누거품처럼 보글보글 풍성한 벚꽃이

해사하게 웃으면

시험공부에 나는 시들시들 칙칙하게 무표정이겠지.


그럼에도 나는 '체력이 있어야 공부도 하지' 라며

적당한 게으름의 핑계로,

핑크빛 딸기우유를 촤악 펼쳐놓은 나무 아래로

산책을 하며

달콤한 벚꽃잎들에 딸꾹 취해버린다.


왜 청춘을 푸른 봄이라고 하는지 알겠다가도

나는 핑춘이라 하고 싶기도 하다.

예전에는 봄 하면 노란색이 떠올랐지만,

지금은 핑크색이 먼저 떠오른다.

분홍색도 좋지만,

봄은 뭐랄까 핑크라고 하는 게 알맞은 느낌이다.


이미 상상 속에서 나는,

텅 빈 도로에 핑크빛 벚꽃잎들이 가득 쏟아져내려

수영장 레일을 따라 수영하듯,

차선을 따라 파란 하늘을 보며

느긋하게 배영을 즐기고 있지만.


딱딱!

정신 차려!

현실은 풍전중고야.

(예능 풍향고 아니고 바람 앞에 중간고사)

이렇게 솜사탕 둥둥한 기분의 달달한 꿈에서 깨어난다.


알고 있다,

나의 꿈을 만나기 위해

지금의 달콤한 유혹을 잠시 외면해야 한다는 사실을.

찬란한 미래를 위해

현재를 잠시 유보해 두어야 한다는 것을.


하지만,

나는 좀 남달라.

봄 벚꽃도 즐기고 시험기간도 즐기리라.


인생은 미래가 아니라 현재를 살아야 한다는 것은

이미 과거에 깨달은 사실 아니던가.

현재의 벚꽃신선놀음도,

현재의 지옥의 시험기간도,

모두 톱니바퀴 돌아가듯 함께 움직여야

후회가 없는 법이란 것을 나는 이미 알고 있다.


그리고 나는 더 이상,

내 선택을 후회하는 선택으로 만들지 않기로 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