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화 - 불면(不眠)의 밤들

라면이 불면 나야 좋지만,

by 에이첼

매일 밤이 나의 잠을 빼앗아가고 있다,

이어달리기 바통터치하듯.

이유 모를 불안감은 겨우 빠져든 잠마저

훔치듯 달아난다.


불면의 밤이 시작되면,

나의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시계가 째깍째깍

느리게 움직인다.

어떤 날은 미처 지나가지 못한 어제의 끝자락에,

또 어떤 날은 이제 막 어제에서 오늘로 바뀌는 순간에,

나의 오늘이 시작된다.


눈을 꾹 감고 이불을 뒤집어씌워

어둠에 어둠을 더해보지만,

그럴수록 내 눈은

야생동물의 빛나는 눈동자가 되는 것 같다.

그러면 시작되는 꼬꼬무,

생각의 꼬리를 생각의 입이 물고,

불안의 입은 불안의 꼬리를 찾아 헤맨다.


눈이 떠진 순간,

배가 고프다는 생각이 떠오르고

뭔가 먹고 싶은 건가라는 생각이 꼬리를 물고

요즘 나는 불은 라면이 좋은지

꼬들한 라면이 좋은지 고민을 하고

이러다 나 망하면 어쩌지라는

쓰나미급 불안의 입이 다가온다.


대충 맥락 없는 생각과 쓸데없는 고민,

또는 막막한 미래,

지나간 과거들이 뒤섞여,

어두운 내 방의 블랙홀에 빨려들어가고만다.


소름 끼치는 정막 속에서

지금 살아있는 건지 죽은 건지 혼란스러워

얼른 좋아하는 노래를 켜서 듣는다.

'살아있구나.'

이런 생각조차 까만 한숨이 되어

어둠 속에 자리를 찾아가듯 스며든다.


오래 같이 해온 불면은

나의 존재를 바닥에 그려주는 그림자 같기도,

나의 존재를 지우는 지우개 같기도 하다.


그럼에도, 가끔은

깨지 못하더라도 끝없는 잠 속에

달콤히 빠져들어보길 바라본다.


어쩌면,

깨지 못하는 끝없는 잠보단

불면이 달콤하기에

불면의 밤이 이어지는 것인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