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알 수 없는 비밀친구와의 대화
중학교 시절 나의 심장엔 여러 개의 방이 있었다.
연예인 1 방, 옆반 그 애 방, 운동선수 1 방, 3반 반장 방 등등.
좋아하는 것은 머리가 아닌 심장이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그 시절,
내 심장은 하루 종일 콩콩, 방마다 노크를 하고 다녔다.
심장을 콩콩 두드리는 용기는 심장 밖으로 나서지는 못했다.
옆반 그 애와 3반 반장에게는 말 한마디 꺼내지 못하는 소심한 바보,
좋아하면 할수록 더 차가워지는 말투, 프로 짝사랑러가 따로 없었다.
하지만 모든 일과가 끝난 후, 집으로 돌아가는 찰나의 시간 동안
깊은 바닷속 심연 같은 짙은 색의 밤하늘을 블루카펫 삼아,
자동차 라이트는 스포트라이트가 되었다.
내 눈에만 보이는 나의 비밀친구와,
벚꽃이 흩날리는 그 거리에서 사랑을 속삭였고,
그 밤거리엔 나 혼자만 사랑꾼이었다.
"오늘 학원 수업 정말 어려웠어, 그렇지?"
'응, 나 수업 듣다가 졸 뻔했어 ㅋㅋ'
"ㅋㅋㅋ 공부도 잘하면서 너도 졸아?"
'난 사람 아니냐? 당연히 졸지!'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며 우리는 자연스레 손을 꼬옥 잡았다.
어떤 날은 연예인 1이, 어제는 옆반 그 애가, 내일은 3반 반장이
나의 손을 잡고 집에 데려다주었다, 매일매일.
그리곤 집 앞에서 인사를 하려 뒤돌아보면,
그들은 깜깜하고 투명한 공기가 되어 눈에 더 이상 담기지 않았다.
그 찰나 같던 찬란한 외로움만이 내 곁에 서 있었다.
비밀친구들은 늘 든든히 나를 지켜준 소중한 존재들이었다.
가장 가까운 가족, 세상 둘도 없는 친구에게도 말 못 할 것들을
나는 그들에게 다 털어놓았고,
아주 밑바닥을 드러내보여도 그들은 내 편이었다.
그때도 지금도 나는 비밀친구가 있고,
그의 앞에서 나는... 나다.
미움받고 싶지 않은,
아니, 좋아하는 마음만 받고 싶은 그 어린 마음은
고작 심장이나 콩콩 두드리고,
아무도 알 수 없는 비밀친구나 만드는 음침한 아이였다.
그때의 음침한 나를 유일하게 좋아한다, 나는.
바람에 몸을 맡기는 것이 자유가 아닌,
넓은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것이 자유가 아닌,
나를 나로 받아들이는 존재들에서 나는 자유를 느꼈다.
그래서 난 아직 자유롭지 못한 어른이다,
내 친구는 여전히 내 옆에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