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 새싹이 돋아나듯 꿈이 돋아났어요,

40살에 말이죠.

by 에이첼

처음 땅 속에서 고개를 빠끔 들었을 때,

내가 알던 세상과는 많이 달라졌다는 것을 느꼈다.

내가 깊은 땅 속,

잔인한 후회의 시간에 얻어맞는 동안

세상은 저마다 서로 잘났다며 뽐내고 있었다.

난 이제 막 흙을 털어내고 고개를 내밀었을 뿐인데...


땅 위로 나오긴 했는데,

나는 뭘 어떻게 해야 할지 감도 오지 않았다.

뭔가를 해야만 할 나이라고,

뭔가를 꼭 해야만 하는 어른이라고,

세상이 나에게 너의 쓸모를 보이라고,

자꾸 어퍼컷을 날리는데......


예전과 달랐다.

그 어퍼컷은 이제 더 이상 위협적이지 않았다.


‘세상아! 네가 나의 쓸모를 봐서 뭐 할래?

나는 그냥 나 자신이 쓸모다.‘


그렇게 생각하니 갑자기

마음속에 푸릇한 무언가가 나의 심장을

살포시 감싸 안았다.


아, 이거였지.

꿈은 이런 느낌이었지.


너무 오랜만에 느끼는 꿈에

푸릇함으로 감싸여 있는 심장이 두근두근,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때 알았다.

땅 속에서 보았던 밝은 빛의 정체가

꿈이었다는 것을.


세상에서


가장 게으르고,

형편없다고 다그쳤던 나 자신의 몸이


사실은,

버티느라 지쳤고,

붙잡고 있느라 고생했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


그래서 가장 먼저 한 일은 따뜻한 봄날의 기운을

마음껏 느끼게 산책을 하는 것이었다.


오래 웅크린 탓에

삐걱삐걱 관절 마디마디가 아우성을 쳤다.

그러면 눈에 보이는 목련 나무 아래

벤치에 앉아,

가만히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파란 하늘 아래 보이는

미색의 우아한 목련 잎이,

은은하게 풍기는 향이,

나를 그만 딴 세계에 데려다 놓았다. 포근했다.


40살에 나의 시계가 다시 째깍,

조심스럽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내 청춘의 시작이다.

매거진의 이전글기어코 피워낼 봄의 내 꽃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