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 Dream (1)

엽편소설, 창작소설, 불면증에 관한 상상의 날개를 펼쳐보았다.

by 에이첼

똑같은 하루였다, 그날도.

아니, 똑같은 하루가 아니었다.

세상이 모두 잠든 이 시간에 나만 깨어있으니까.


잠 못 이루는 밤이 시작된 지는

엄마의 병원을 가기 3일 전부터였다.

원래도 불면증은 심했지만

통으로 잠을 3일 연속 못 잔 것은 처음이었다.

하루정도는 못 자도 지장이 없었지만 2일째가 되자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고,

집중이 안 돼서 업무에 지장이 있을 정도였다.

배는 고픈데 입맛도 없어져 밥은 거의 먹는 둥 마는 둥 했고,

나답지 않게 굉장히 예민해져 주변 사람들이 내 눈치를 보게 만들었다.

하지만 난 신경 쓸 수 없었다. 그만큼 내 몸은 무너지기 일보직전이었다.

‘오늘 밤엔 꼭 자야 하는데. 내일은 새벽부터 움직여야 하니까.

엄마보다 먼저 도착해 있어야 이것저것 할 수 있어. 오늘은 꼭 자야 해.’

잠을 못 잔 만큼 내 욕망은 잠으로 가득 차 있었다.

죽어도 자겠다는 그런 결심 같은,

의미심장한 욕망은 내 몸에 피를 타고 돌기 시작했다.


최대한 제시간에 퇴근을 했다.

내 머릿속엔 온통 잠으로 가득했다, 졸리지도 않으면서.

서둘러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온 나는 차에 타 시동을 걸었다.

문득, 이틀째 한숨도 못 잤는데 운전이 가능할까란 의문이 들었다.

운전하다 잠들어서 사고라도 나면? 그렇다기엔 정신은 점점 더 또렷해졌다.

하지만 내일은 중요한 날이라 일말의 가능성이 있다면

피하는 편이 좋겠다고 판단해 차를 두고 가기로 했다.

솔직히 운전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나에게는

오히려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편안함을 느낀다.

그렇다고 잠을 자면서 이동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오늘따라 지하철에 사람이 적어 앉을자리가 있었다.

7 정거장 뒤에 내려서 앉지 않아도 괜찮았지만

나는 자리가 있는데 일부러 비워두는 사람은 아니었다.

앉자마자 등을 등받이에 푸욱 기대고 가방을 가슴 앞에 감싸 안아 팔짱을 꼈다.

그리고 그대로 가방 위로 턱을 가져다 기댔다.

혹시나 해서 눈을 붙여보고자 했지만 눈앞만 깜깜했을 뿐

정신은 새하얗게 페인트칠이 되어갔다.

어쩐지 이 하얀 세계에 잡아먹힐 것만 같은 불안함이 나를 휘감았고

불안함을 떨치려고 눈을 떴다.

그 사이에 벌써 세 정거장이 지나갔고 여전히 지하철 안은 한산했다.

주변을 돌아보니 앉아있는 사람들은 제각각 포즈를 잡고 자고 있었다.

‘부럽다.’ 내릴 때가 얼마 남지 않았어도 그들이 부러웠다.

이 순간 나는 돈보다 잠이 더 필요했다.

앉아있는 잠부자들에게 빚이라도 져서 잠을 사고 싶을 만큼.


잠시 생각에 잠긴 사이 어느새 내가 내릴 정류장에 도착했다.

순간 멍했다가 문이 닫히기 직전에 몸을 겨우 지하철 밖으로 빼냈다.

‘하마터면 한 정거장 더 갈뻔했다.’

가방을 천천히 메면서 고개를 들었을 때,

오늘따라 지하철 역 안에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내가 좀 늦게 내리긴 했지만 이렇게 개미 한 마리도 안보일만큼

사람이 없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 조금 당황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얼른 집에 가서 잠을 자자고

내 등을 밀어 역 밖으로 내보냈다.


봄이 잘 도착했는지 퇴근을 한 시간에도 제법 밖이 밝았고

가로수들에 푸릇한 이파리가 자라나고 있었다.

곧 꽃도 틔울 것이고.

지하철 역에서 나와 1km 정도 직진하면 집 근처에 도착한다.

1km의 이 거리가 봄이 되면 벚꽃나무들에

팝콘 같은 솜사탕들이 둥실둥실 피어나는데,

꿈길을 걷는 기분이 들어 좋아하는 길이다.

달콤한 상상을 하며 걷다 보니 어느새 집 앞에 도착했다.

문을 열고 가방을 대충 거실에 던져둔 뒤 옷을 갈아입었다.

그리고 바로 침대로 다이빙했다.

폭닥한 침대 위가 마치 바닷속 같아서 귀에서 먹먹한 물소리가 들어오는 듯했다.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하니 7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지금 잠들면 오히려 새벽에 깨려나.

그래도 이틀 동안 안 잤는데 중간에 깨더라도 지금 잠드는 편이 낫겠다 싶어

눈을 감았다.

하지만 그렇게 잠이 들지 않은 채로 새벽 4시가 되었고

이로써 3일째 잠을 못 자게 되었다.


- 이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