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과제물 2번째, 엽편소설
커튼 틈새로 새어 들어오는 햇빛이 나의 눈 위로 쏟아졌다. 눈이 부셔 자연스럽게 나는 이불속으로 더욱 파고든다. 내 움직임에 옆에서 자고 있던 오빠도 부스럭 소리를 내며 움직였다. 잠이 채 깨지 않은 눈으로 나를 사랑스럽다는 듯 보며 오빠의 품속으로 나를 꼭 품는다. “바보야~ 잘 잤어? 눈 부셔서 깼구나? 조금 더 자.” 나는 오빠의 냄새를 맡으며 다시 잠을 청한다. 5분쯤 지났을까? 오빠는 힘겹게 이불을 박차고 일어나 화장실로 향한다. 오빠의 온기가 가득한 이불속에서 잠시 더 누워 있다가 나도 기지개를 쭈욱 켜고는 거실로 나간다.
밤새 사막처럼 쩌억쩌억 갈라지는 듯한 갈증을 느껴 물을 천천히 아주 오랫동안 마셨다. 화장실에 가기 전 오빠가 틀어놓은 기분 좋은 음악에 나는 소파에 앉아 편안히 눈을 감았다. 그러면 화장실에선 오빠의 샤워소리가 들린다. 소파에 기대어 눈을 감고 있자니 다시 졸음이 쏟아진다. 졸음을 못 참고 나는 다시 눈을 감고 쿨쿨 잠에 빠진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화장실에서 물소리가 멈추었다. 나는 졸음이 가득한 눈을 비비며 화장실 앞으로 가 오빠를 기다렸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인형을 안고.
달칵. 문이 열리면 뿌옇고 하얀 연기가 화장실에서 뿜어져 나온다. 그 사이를 뚫고 오빠가 머리를 수건으로 가볍게 털며 나와 나를 보고 “또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어? 으이그. 귀여워~ 바보야, 그 인형이 그렇게 좋아?”라며 나의 머리를 쓰담쓰담 가볍게 머리카락을 흩뜨리곤 옷방으로 간다. 오빠가 머리를 쓰담쓰담해줄 때마다 기분이 너무 좋아서 하늘을 둥둥 날아다닐 수 있을 것만 같다. 인형을 꼭 안고 오빠를 따라 옷방으로 들어가 오빠가 출근할 때 입을 옷을 같이 체크해 준다. 어제와 똑같은 옷을 입고 거울을 보며 머리를 만지는 오빠의 모습은 언제나 멋있다. “오빠 어때? 멋있어?” “응응.”
옷을 다 입은 오빠는 아침식사를 준비한다. 자상하게도 내가 먹을 아침식사도 함께 준비해 준다. 오늘의 메뉴는 닭가슴살과 우유. 오빠는 매일 먹는 삶은 계란 2개와 두유 1개. 핸드폰을 보며 아침을 먹는 오빠를 빤히 보면 오빠는 금세 내 눈빛을 알아차리곤 계란노른자를 반 뚝 떼어서 내 입에 넣어준다. “고마워, 오빠.” 오빠는 다 먹은 그릇을 설거지통에 두고 출근을 하기 위해 준비를 끝마치면 나를 꼭 안고 뽀뽀를 한다. “오빠 다녀올게! 바보야, 집에서 쉬고 있어! 오늘 오빠 달리기 하고 올 거야. 이따가 보자!” “빨리 와야 해! 잘 다녀와!” 문이 닫히고 나는 혼자가 되었다.
나의 시간은 지금부터다. 오빠가 오기 전까지 할 일이 아주 많다. 일단 집안을 돌아다니며 여기저기 어질러 놓은 것들을 치우기 시작한다. 오빠가 벗어 놓고 간 잠옷은 내가 안방으로 가져다 놓는다. 오빠는 항상 옷을 입고 나면 잠옷은 꼭 바닥에 두고 나간다. “내가 아니면 오빠 잠옷을 누가 치워.” 오빠 냄새가 가득한 잠옷을 가지고 기분 좋게 안방에 가면 나도 모르게 잠옷을 안고 침대에 눕게 된다. 이불 밖은 위험하고 오빠 잠옷은 오빠 냄새가 가득하고 따뜻하고....... 나도 모르게 잠이 들고 만다. 잠자는 숲 속의 공주라도 된 모양이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집 안으로 햇빛이 가득 쏟아져 바닥에 동전이 널려있는 듯 눈이 부시다. 이제는 일어나야지. 거실로 나갔다. 오늘 나의 계획은 취미생활을 하고 조금 쉬었다가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오빠가 올 시간에 맞춰 오빠가 제일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 꾸며 놓기다. 내 첫 번째 취미는 인형 만들기이다. 꽤 오래된 취미인데 질리지도 않고 재미있다. 오늘은 곰 인형을 만들 생각이다. 한창 곰 인형에 심취해 있는데 내일 만들 펭귄인형이 눈에 띄었다. 조금 고민이 되었지만 나는 하고 싶은 것은 바로 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라 곰 인형은 한편에 두고 펭귄인형을 가져와 만들기 시작했다. 역시 하고 싶은 것은 바로 해야 제 맛이지!
내 비밀을 하나 알려주자면 오빠 없이는 혼자 밖을 나갈 수 없는 병에 걸렸다. 혼자 문 밖으로 발을 내딛는 것은 나에게 정말 두려운 일이다. 2년 전이었다. 오빠 없이 밖을 나간 적이 있는데 밖은 너무 춥고 내가 어디 있는지도 모르겠고 어떤 할아버지가 지팡이로 갑자기 나를 때리려 해서 무서웠다. 덜덜덜 떨며 골목 어딘가에 숨어있었는데 오빠가 펑펑 울며 내 앞에 나타났다. 오빠를 보자마자 나도 울음이 터졌다. “이 바보야, 혼자 어딜 갔었어! 걱정했잖아! 다시는 혼자 나가지 마. 오빠랑 얼른 집에 가자.” “응응.” 오빠는 내 어깨에 오빠의 옷을 걸쳐주곤 나를 꼭 안고 집으로 향했다. 그날은 나에게 큰 트라우마로 자리 잡아 그때부터 혼자서는 나갈 수 없게 되었다.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때론 심심하기도 하고 오빠가 많이 생각나지만 어쩔 수 없다. 오빠랑 맨날 붙어있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 오빠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갑자기 옛날 생각을 떠올리니 마음이 슬퍼지고 조금 무서워졌다. 그때였다. 띵동. 벨소리가 들렸다. “누구세요?” 밖에서는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다시 한번 “누구세요?” 물었지만 툭! 하고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만 났을 뿐, 대답은 없었다. 하필 이럴 때....... 용기를 내 문 밖으로 나갈까 했지만 무서움에 나는 안방으로 도망쳐 이불속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이불속에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조금만 더 기다리면 오빠가 온다. 오빠가 올 때까지 나는 잘 이겨낼 수 있어!’ 그래서 나는 이불 밖으로 조심히 나와 거실에서 하던 인형 만들기를 마저 하기로 했다. ‘펭귄인형을 만들면 오빠가 좋아할 거야. ‘라고 생각하니 기분이 금방 좋아져 열심히 펭귄인형을 만들었다. “휴, 다 만들었다.” 오빠가 오자마자 볼 수 있게 현관 근처에 놓아두기로 했다. 인형 만들기가 끝나면 조금 출출해진다. 간식을 먹으면 딱 좋을 시간이다. 간식을 가지고 소파에 앉아 야금야금 먹다 보니 따뜻한 햇살 때문인지 달달한 간식 때문인지 졸음이 몰려온다. 나는 간식을 먹다가 그대로 바닥에 떨어뜨리고는 잠에 빠져 들었다.
오빠와 함께 공원을 산책하는 꿈을 꾸었다. 어찌나 생생하던지 소파에서 그만 떨어지고 말았다. “아프다.” 눈물이 찔끔 났지만 꿈속에서 신나게 오빠와 산책해서 그런지 금방 기분이 좋아 엉덩이 흔들흔들 춤을 추었다. 춤을 추다 보니 신이 나서 내가 좋아하는 인형을 안고 빙글빙글 돌며 까르르 웃음을 터트렸다. 그러다 배를 보이고 누워 천장을 보았다. 천장에는 햇빛이 그려놓은 그림이 황금빛으로 물들어 있었고 나는 편안함을 느꼈다. 오빠를 기다리는 시간 중 이 시간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보면 어느새 해가 산 너머로 인사를 하며 가고 어둠이 슬며시 집 안에 깔린다. 이제 오빠가 올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는 말이기도 하다. 더 뒹굴 거리다간 오빠가 오기 전에 할 일을 다 못할 것이다. 서두르자.
오빠가 돌아오면 입을 잠옷도 거실에 꺼내두고 펭귄인형 말고도 만들어 둔 다른 인형들을 예쁘게 여기저기 올려 두었다. 오빠가 좋아할 모습을 생각하니 기분이 좋아 엉덩이가 씰룩거린다. 아참. 오늘 오빠가 달리기를 하고 온다고 했지. 너무 늦지 않게 왔으면 좋겠다. 오빠와 같이 밤산책을 나가면 너무 좋을 텐데. 나는 밤에 나는 냄새를 좋아한다. 추운 겨울이라 밤에 나는 냄새는 차갑지만 상쾌하고 좋은 냄새가 많이 나기 때문이다. 산책을 하다 보면 군고구마 냄새가 내 발길을 사로잡는다. 나를 너무 사랑하는 오빠이지만 군고구마 간식은 내가 아무리 졸라도 잘 안 사준다. 건강에 안 좋다나 뭐라나. 건강 그런 건 모르겠고 달달한 군고구마가 나는 먹고 싶은데. 오늘도 안 사주겠지만 그래도 사달라고 졸라봐야지. 오늘은 내 애교에 심쿵하며 넘어갈 수도 있으니까.
이제 완전히 어두워졌다. 오빠는 언제 올까? 혹시 몰라 소파에 앉아 밖을 내다보니 하얀 눈이 내리고 있었다. 나는 눈을 좋아한다. 눈이 내리면 온 세상이 하얗게 변해 내가 걸어가면 발자국이 남는다. 그리고 그 옆에는 오빠 발자국도 따라온다. 하얀 세상에 오빠와 나 둘 뿐이라니. 정말 낭만적이야. 눈이 더 많이 내려서 땅바닥이 하얗게 변하면 오늘 밤에 산책할 때 오빠와 나의 발자국을 남길 텐데 이대로 눈이 계속 내렸으면 좋겠다.
이제는 방바닥도 차가워졌다. 그래도 오빠 올 시간이 얼마 안 남아서 나는 현관 가까이에 인형을 안고 앉아 있었다. 부스럭. 밖에서 소리가 난다. 오빠가 왔나? “오빠 왔어?” 하지만 이내 바깥은 조용해진다. 오빠인 줄 알았네. 어둠에 눈이 익숙해지기 시작하고 나는 점점 더 오빠 오는 소리에 집중했다. 오자마자 세상 가장 행복한 모습으로 오빠 고생했다고, 수고했다고 반겨 줄 테다. 그때 다시 부스럭. 이번엔 진짜 오빠가 왔나 보다. “오빠 왔어?” 하지만 여전히 열리지 않는 현관문. 아직이구나. 조금은 실망을 했다. 나도 모르게 기운이 축 쳐졌다. 오늘따라 시간이 더디게 흘러가는 것 같아서 마음이 조금 슬펐다. 혹시 오빠가 안 오는 것은 아니겠지? 갑자기 불안함이 느껴져 나도 모르게 눈물이 찔끔 났다. “흑흑” 그때였다.
띠-띠띠-띠-띠-띠띠. 휘리릭. “보배야, 오빠 왔어! 잘 있었어?” “진짜 오빠다! 와와!” 나는 세차게 꼬리를 흔들며 오빠의 몸에 내 몸을 온통 비비기 시작했다. 달리기를 하고 오는 날이면 오빠의 몸에서는 아주 많은 냄새들이 묻어 있어 내 코가 바빠진다. 눈 냄새, 오빠가 흘린 땀 냄새, 나무 냄새, 다른 강아지 냄새, 비릿한 냄새........
“왕왕!” “우리 보배, 인형을 또 잔뜩 가져다 놨네? 오빠 주는 거야? 우리 바보한테 소중한 인형 이렇게 많이 오빠한테 주는 거야? 아이구, 착하다. 우리 바보.” 기쁨의 꼬리콥터를 날리며 오빠의 뒤를 졸졸 따라다녔다. 오빠는 내가 따라다니는 것을 금방 눈치를 챘다. “보배야, 우리 산책 갈까?” “왕왕”
오빠는 따뜻한 옷을 내게 입혀주고 목줄을 채웠다. 나의 꼬리는 멈추질 않았다. 오빠에게 안겨 밖으로 나오니 바닥이 온통 하얗게 변해있었다. 그렇게 오빠와 나는 눈 위에 발자국을 나란히 새기며 기분 좋은 냄새가 솔솔 나는 골목길을 걸었다. 주변에 나는 비릿한 냄새가 오빠에게서 나는 냄새와 같아서 나의 꼬리는 살랑살랑 춤을 춘다.
보배의 하루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