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못된 엄마인가, 못 된 엄마인가

엄마도 숨통 좀 틔고 살자

분만실에서 아이를 낳자마자 간호사가 아이를 내 가슴 위에 올려주었다.

그리고 첫 젖을 물리라고 옷을 풀어주었다.

그런데 그 때 나는, 아이를 낳고 내 젖을 물리는 감격보다

이렇게 사람들이 많은데 어떻게 젖을 물리지? 부끄러움이 앞섰다.

적어도 아직은 엄마된지 몇 분도 안된지라, 나는 엄마보다는 여자였다고 생각하고 싶다.



출산 후 내 몸은 내 몸이 아니었다. 그 와중에 아이는 2시간마다 깨서 밥 달라고 울었다.

어느날 밤중 수유를 하다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나 보다.

정말 간만에 푹 잤다라는 개운함이 들자마자 눈이 번쩍 띄였는데

나는 잠결에도 옷을 잘 여미고 추웠던지 이불까지 돌돌 감싸고 자고 있었다.

아이는? 저기... 옆으로 누워 엄마젖을 물던 그 자세 그대로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나는 엄마도 아니야, 몰려드는 죄책감과 미안함

10년도 더 지났지만 지금도 그 때 그 작은 아이의 웅크린 모습이 생생하다.

내 육신이 편치 않을 때, 소름끼치지만 아직도 가끔 나의 본능은 자식이 아닌 자신에게 향한다.



아이는 커갈수록 나에게 기쁨을 주는 건 맞다.

아이와 애착을 형성하고 아이와 교감을 하려고 시도할 수록 아이와 나는 끈끈해져 갔다.

아이도 엄마를 믿고 세상을 알아가기 시작하고

나도 엄마로서 우리 아이가 이 세상에서 잘 살아나가 주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그렇게 되도록 무슨 일이든 해야 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가끔, 아이가 지독히도 내 말을 듣지 않고 지 멋대로 하고 게다가 엄마인 나를

욕되게 할 때면,,, 나도 모르게 내가 왜 이런 고생을 하나 싶다.

부모 자식 관계가 이해타산적이거나 실리적 관계는 아니겠지만

아이와의 교감이 옅어졌다고 느껴질 경우, 공감, 애착의 노력이 시들해지면

책임감, 사명감만으로는 버티기 힘들 수도 있겠다 싶다.



사실 우리 아이들은 이제 좀 컸다.

자기 자아가 생겼다고 때론 엄마의 관심을 거부하기도 하고 자기 의지를 강력히 피력하기도 한다.

솔직히 나는 매우 순하고 소극적인 사람이다.

믿을 지 모르겠지만, 누구랑 심지어 남편이랑도 싸움 한번 해본 적 없고

혼잣말로도 할 수 있는 가장 심한 말은 "나쁜 놈" 정도이다.

이런 나인데, 이런 나도 요즘은 가끔, 내가 내 아이를 때리거나 심한 욕을 하는 상상을 한다.

나를 버리고 아이에게 올인하는 순간,

아이의 성장과 발달은 나의 성적표가 되고, 나의 못다한 꿈, 내 무의식 속 과거의 투영이 되어

서로를 괴롭히게 된다.

(내용은 상관없지만, 영화) 헤어질 결심...

아이를 키우고 성장시키는 것은 어쩌면 엄마인 스스로 아이와 헤어질 결심..

아이 스스로 독립할 수 있게 도와주는 과정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모성애. 아이에 대한 사랑과 헌신, 희생 혹은 책임감

엄마로서 당연히 갖는 감정이고 자세이지만

사회적으로 암묵적으로 주어지는 무게이기도 하다.

그게 무엇이든

엄마인 나는

내가 설령

내가 힘들 때, 내가 상처받았을 때, 내가 무너진 듯 했을 때

아이에게 느꼈던 그 감정을 부정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 아이들의 엄마이고

아이는 물론 내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고

그러기에 더욱더 내 아이와 마음을 나누고 생각을 공유하며 서로를 진심으로 알아가고자

노력하는 사이이기 때문이다.

아직은 완벽한 엄마는 못 되었고 덜 되었지만

아이와 함께 성장해 나갈 것이므로.

이 또한 엄마의 발달일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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