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속마음

복화술, 진심 혹은 거짓, 엄마의 말연습, 엄마의 언어습관

엄마의 말이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은 대단하다.

의사소통 상황에서 비언어적 소통(표정, 몸짓, 목소리 크기 등등)에 비해

구어(말)가 차지하는 비중이 낮다(7%)고는 하지만,

여전히 말의 힘은 크다.

특히 아이들이 언어적 정보를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나이에 이르면서

게다가 세상의 중심인 부모, 혹은 나에게 가장 영향력있는 대상인 부모의

말은 그 한마디 한마디가 신중해야 한다.


그래서

나는 가끔 겉과 속이 다른 엄마이다.

울컥하는 감정을 억누르며 최대한 정제된 언어를 고르고 고른다.



# 아! 엄마가 여러번 이야기 했는데, 잊었다니.... 엄마가 당황스럽네.


다행이다. 아이가 엄마의 당혹스러움을 받아들이고 이내 본인의 과실을 무마하려 애쓴다.

'너 내가 몇번을 말했어! 뭐하다가 이제야 딴소리야!' 와락 퍼부었다면 아마 아이도 공격받았다 느끼며

"언제 그랬어? 나는 몰랐는데?" 뻔뻔하게 나오거나 "엄마 맘대로 말한 거잖아" 본인도 공격했을 지 모른다.




# 숙제는 잘 되고 있어? 숙제 다 끝내고 우리 놀기로 한 거 잊지마.


몰래 유투브 보다 들킨 아이가 흠찟하며 얼른 창을 내린다.

"아 맞다, 나 숙제하기로 했지! 어, 엄마 미안, 나 빨리 할께" 아이의 다짐이 또 얼마나 갈 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자기를 인식하고 제정신으로 돌아온 것에 만족한다.

'이봐이봐이봐, 또 몰래 그거 보고 있지! 내가 옆에서 지켜보고 있어야 겠니!!!' 했다면

아이는 수치심, 모멸감, 죄책감에 숙제고 뭐고 내팽겨쳤을 지도 모른다.




# 아, 네 생각은 그렇구나... 그렇게 볼 수도 있겠네, 그래도 책 찾아보고 정리해서 이야기하다니 좋은 태도야!


ㅋㅋㅋ 네 부족한 식견에 웃겨 죽을 뻔하기도 하고 어떨 때는 진짜 어이도 없고 심지어 실망할 때도 많지만,

아이가 스스로 무언가 시도해 보고 용기내어 말 꺼내 준 것에 고마움을 느낀다.

더더 잘 하면 좋겠지만,

'그게 뭔 소리야, 너 어디서 그렇게 말했다간 완전 무시당해' 라고 무시했다면

아이의 자존감과 용기는 더이상 없었겠지?



# 오늘 계획은 이렇다고? 그럼 엄마도 맞춰서 일정을 짜 볼께, 공유해 주어 고마워. 잘 지키도록 해 보자!!!!


"이렇게 하겠다고? 또 말만 하는 거 아니겠지? 너한테 속은 게 지금 몇 번째인데! 안 지키기만 해봐"

잔뜩 으름장을 놓고 싶지만, 믿음으로 푸쉬해 보기도 한다.

아이가 크면서 엄마는 동시에 아이에게 실망도 포기도 인정도 하는 과정 같다. 언제까지 내가 아이들을

목줄 잡고 끌어당길 수도 없겠지. 아이 스스로 욕심내서 끈질기게 잘 해 내기를 여전히 바라지만

그럴 수 있는 아이로 키워내는 것 또한 엄마의 말이 가진 힘이라는 사실을

오늘도 나는 믿으며

수련하고 수련.

갈고 닦고 갈고 닦으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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