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하지 말고 그냥 밥이나 먹자
아이들이 커갈수록 함께 마주보고 앉아 밥 먹는 시간이 소중해 졌다.
거창하게 밥상머리 교육이랄 것도 없다.
사실 '교육'이라는 말 때문에 이 귀중한 시간을 오히려 망칠 때가 있다.
때로는 무언가 하려할 수록 관계도 일도 어그러질 때가 있는 것 처럼 말이다.
# 밥상머리 교육은 밥만 같이 먹는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상위 1%의 아이들의 공통점 중 하나가 이들의 가정은 밥상머리 교육을 실천하고 있었단다.
아이들은 책 읽을 때보다 10배 넘는 어휘를 식탁에서 배운단다.
아이들에게 일생 중 가장 기억나는 행복했던 시간을 물으니 상당수 '가족과 함께 하는 식사시간'을 뽑았단다.
그런데 막상 실천해 보면 그게 쉽지가 않다.
밥만 같이 먹어도 되는 것이 아니고,
한 가족이 모두 모여 있어야만 하는 것도 아니고,
모두가 맛있는 음식을 나누면서 하는 '공감, 규칙, 나눔'에 핵심이 있다.
우선 부모가 매우 의식하고 훈련하고 몸에 베어 있어야 할 요소들이 많다는 게 포인트이다.
# 예절을 공유하다.
식사할 때 조금 귀찮지만 예의를 지키려 노력한다.
아줌마 다리 하지 않고, 트름도 조심하고, 김치 같은 것도 손으로 확 하지 않고 교양있게 가위나 칼로 ^^
다른 이와 속도를 맞추는 것, 반찬을 집고 국물을 떠먹을 때 청결하게 하는 것, 식사를 마치고 자기 뒷정리를 하는 것 등 오랜 시간 베어온 습관이 아이의 매너가 되고 예절이 되리라 생각된다.
마음에 없더라도 '잘 먹겠습니다', '잘 먹었습니다'라고 자동적으로 튀어나오는 한마디에
엄마는 오늘도 그저 행복하다.
# 식사 중 핸드폰을 껐다.
나 어릴 적에 기억 중에 주말 저녁 가족과 '일요일 일요일 밤에' 보면서 삼겹살 구워 먹던 기억은 가장 행복한 장면 중 하나이다...
그런데 요즘엔 텔레비전을 봐도, 핸드폰을 봐도 넘나 개인 플레이, 대화 단절
가족이랑 밥을 먹는 건지, 핸드폰이랑 먹는 건지 알 수가 없는 요즘
정말이지, 아무때나 끼어들고 문제를 일으키는 그넘의 핸드폰...
핸드폰을 꺼야 비로소 보이고 비로소 들리는 것들에 집중하기로 했다.
# 대화를 즐긴다.
요즘 아이들이 부모에게 장래 희망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단다.
아이들이 뭐 하고 싶다고 하면 엄마아빠들이 당장 그런 학원에 등록시켜 버리므로 ^^;
대화를 한다지만 많은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답정너같은 질문, 협박같은 조언, 반박불가의 토론을 유도한다.
주제를 가지려 하고, 발전적인 결과물을 내려 하고, 교훈적인 의미를 담으려 하고 말이다.
아이들이 질릴 만도 하다.
그냥 시시콜콜, 엄마가 오늘 이랬다, 너희는 오늘 뭐했니?
엄마는 요즘 이런 일이 걱정인데, 어쩌면 좋을까? 등등 그냥 가볍고 일상적인 것부터 시작하자.
우스운 이야기도 좋고 갑분 슬픈 이야기도 좋고 누군가의 욕도 좋고
사춘기 아이들이 밥이 다 먹어갈 때쯤 "엄마 근데 말이야..."라고 꺼내 놓은 그 말이 얼마나 고마웠던지...
엄마로서 나는 이 순간을 기억할 것이다.
# 그래서 결국 밥상은 중요하다?
점점 집에서 가족들이 모이는 시간이 줄어든다. 아이들 학교학원, 남편의 야근...
그나마 가끔의 저녁 시간이 가족들이 오래 가까이에서 모이고 함께 하는 시간이 되었다.
그러니 이래저래 소중할 만.
예전에 아이들이 "엄마 밥 줘", "엄마 오늘 뭐 먹어?", "엄마 밥 언제 먹어?" 하는 소리가
그렇게 듣기 싫고 내가 뭐 식모냐? 나는 맨날 밥만 해야 하냐? 허무하기까지 했지만
지금은 그래도 이 시간이 소중하고
이 시간을 만들기 위해 직접 준비하든, 배달을 시키든, 나가서 먹든, 밀키트로 하든
우리 가족을 위해 또 온전히 내 정성과 노력을 쏟고자 한다.
비록 내 손이 거칠어지고 손마디가 아파올 지언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