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이가 말했다.
여러 가지 잘하는 사람이 싫다고.
하지만
나는 여러 가지를 다 잘하고 싶다.
나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하고지비
뭐든 하고 싶으면 해 봐야 직성이 풀리는 스타일
끝없이 새로운 걸 배우고 싶어 하고
한번 시작하면 1년은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새로운 것을 시작하면 여러 가지가 누적이 되어
일상 속에서 나를 속박한다.
책을 읽고
글쓰기를 하고
시도 써야 하고
사진도 찍어야 하고
취재(서포터스활동)도 해야 하고
다양한 취미활동도 해야 하고
독서 모임도 가야 하고
기자 회의도 가야 하고
퍼즐수업도 해야 하고
탁구도 쳐야 하고
이 모든 것들을 매일매일 시간을 쪼개어 쓴다.
다양한 것들을 하다 보니
사람들을 만나면 제일 첫마디가
"선생님 요즘 바쁘시죠?"라고 물어본다.
그러면 나는 "저요 안 바빠요. 여러 가지를 해서
바빠 보이는 것뿐이에요."라고 말한다.
위에 쓴 저 많은 것들을 하기 위해서는
할 수 없는 것들도 늘어난다.
모두 다 나를 위한 것들이기에
나에게 집중하면 반대로 나를 제외한
사람들에게 소홀 해진다.
그 첫 번째 대상이 가족이다.
어느 순간부터 집안일을 하나씩 놓기 시작했다.
완전히 놓지는 않았지만
미룬다고 해야 하나
요즘 '미룬이'라는 노래가 유행하더구먼
꼭 나를 위한 노래 같았다.
설거지도 미루고 청소도 미루고
조금 미룬다고 크게 불편함이 없으면
과감하게 미뤄버린다.
집안일에 소홀해지니
자연스레 나를 제외한 나머지 가족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늘 엄마가 차려주는 밥만 먹던 두 아들은
스스로 밥도 잘 차려먹고
둘째는 재활용 쓰레기도 알아서 버려주고
남편은 청소와 빨래를 돕고 시장을 봐준다.
큰아이는 글쎄...
내 닮아서 그런가 자기밖에 모른다.
(공부해야 하니 봐준다 )
가끔 이런 날 남편은 짜증을 내기도 하지만
아주 잠깐이고 감사하게도
"니만 좋으면 됐다고, 니만 행복하면 됐다고."
기분 좋은 말을 해준다.
아마도 내 마음대로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남들이 보기에 바빠 보이는 이유가
아마도 가족들 덕분이 아닐지...
오늘도 남편은 강아지 산책길에
간단한 장을 봐왔다.
둘째는 간단하게 저녁을 해결해 주었다.
그러니 12시를 넘기기 전에 글을 쓸 수 있는
호사를 누린다.
목요일 수업에 쓸 프린트도 다 할 수 있었고
글을 쓰고 나면 책도 읽을 수 있다.
그리고 내일 가지고 갈 그림도 그릴 것이다.
이것저것 챙기고 하면서
돈 되는 일은 안 하고 내가 뭐 하는 건지 하면서도
나는 또 뭘 해볼까 고민에 빠진다.
50을 바라보는 하고지비 아줌마는
또 핸드폰을 들고 검색한다.
배울 게 없는지...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는지...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