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를 너무 좋아해서 갈 곳이 딱히 없거나 시간만 허락하면나도 모르게 운전대는 경주로 향하고 있다.
이번 경주 나들이 장소는 서출지 배롱나무와 연꽃을 보기 위한 나들이다.
오늘은 혼자가 아닌 둘째 아들과 함께 길을 나선다.
이날은 날씨가 정말 더웠다.
햇빛에 잠시라도 서있기 힘든 그런 날...
아들과 함께 오긴 왔지만 짜증을 낼 게 분명한 상황
일단 그늘진 곳에 주차를 하고 그늘진 곳에 아들을 세워 둔다.
"숑아~엄마가 먼저 둘러보고 있을게. 넌 시원한 그늘에 잠시 서 있어?"
다행히 아들은 그늘 아래라서 인지 짜증을 내지 않는다.
주차를 하고 걸어 들어오자마자 펼쳐지는 풍경
이요당과 배롱나무 그리고 연잎이 가득 찬 서출지가 너무나 아름답다.
서출지 주변을 천천히 걸어본다.
봄에 오면 연이 없어서 휑한 연못이지만 봄에도 또 다른 매력을 안겨주는 서출지는 참으로 멋스러운 곳이다.
서출지
신라 21대 소지왕이 서기 498년 정월 보름날 해차에 나설 때다. 까마귀와 쥐가 와서 울더니 쥐가 말했다.
"이 까마귀 가는 곳을 살피십시오." 왕은 장수를 시켜 따라가게 했다. 동남산 양피촌 못가에 이르러 장수는 그만 까마귀를 놓쳐버렸다. 이때 갑자기 못 가운데서 풀옷을 입은 한 노인이 봉투를 들고 나타났다.
"장수께서는 이 글을 왕에게 전하시오." 노은은 글이 써진 봉투를 건넨 뒤 물속으로 사라졌다. 왕이 봉투를 받아보자 '열어보면 두 사람이 죽고 보지 않으면 한 사람이 죽는다'라고 적혀 있었다. 이를 본 신하가 말했다.
" 두 사람은 평민이고 한 사람은 왕을 가리킴이오니 열어보시는 것이 어떨까 하옵니다."
왕은 신하의 조언에 따라 봉투를 뜯었다.
'사금갑' 즉 '거문고 갑을 쏘아라'라고 적혀 있었다. 대궐로 간 왕은 왕비의 침실에 세워 둔 거문고 갑을 향해 활시위를 당겼다. 거문고 갑 속에는 왕실에서 불공을 보살피는 승려가 죽어 있었다. 승려는 왕비와 짜고 소지왕을 해치려고 한 것이었다. 왕비는 곧 사형되었으며 왕은 노인이 건네준 봉투 덕분에 죽음을 면하게 되었다.
이 연못은 글이 적힌 봉투가 나온 곳이라 해서 서출지라 부른다.
이요당 쪽으로 걸어가 본다.
" 숑아~~ 같이 걸을까?"
" 응."
다행히 아들도 나란히 함께 걸어준다.
" 엄마 여기 엄마와 본 곳 아니야?"
" 맞아."
" 엄마는 왔던 데 또 왜 와? "
" 엄마는 좋으면 또 가고 그래 특히 경주는 더 그래. 좋지 않니?"
아들 표정은 이해 못 하겠다는 표정이다.
이요당 처마와 누마루가 슬며시 얼굴을 내민다.
이요당은 들어가 볼 수는 없지만 서출지를 걷다 보면 여러 방면에서 볼 수 있다.
연못에 돌을 쌓아 건물을 올려서 만든 건물이라 서출지와 함께 운치 있는 장면을 연출한다.
풍성한 배롱나무 그리고 이요당 서출지
그리고 푸른 하늘까지 어우러져 멋진 풍경을 선사한다.
배롱나무는 목백일홍, 또는 간지럼 나무라 부른다.
7월에서 9월까지 약 100일간 꽃이 피고 가지에 손을 대고 살짝 간지럼을 태우면 가지가 흔들린다고 해서 간지럼 나무라고 한다.
배롱나무를 보면 꼭 간지럼을 태우고 싶어 살짝 간지럼을 태우고 지나간다. 간지럼 타는 나무가 재미있어 아이들과 깔깔 웃기도 참 많이 웃었다.
배롱나무 사이로 보이는 이요당이 정말 멋스럽다.
경주 첨성대 주변, 대릉원에도 배롱나무 천지다.
요즘 들어 경주 가로수에 배롱나무가 많이 보인다.
봄엔 벚나무가 여름엔 배롱나무가 장관을 이루겠지...
배롱나무는 활짝 피었을 땐 참 예쁘지만 지는 모습은 참 볼품없다. 그래도 활짝 꽃 피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대단한가?
나도 언젠가 활짝 꽃 피우는 날이 오겠지? 혼자 생각에 잠겨있으니...
아들이 덥다고 가자고 성화다.
" 엄마 더워서 더는 못 걷겠어."
" 그래? 엄마도 많이 덥네 이 정도만 봐도 기분이 좋아졌어. 그럼 우리 갈까? 그래도 엄마랑 오랜만에 나왔는데 기념사진은 한 장 찍고 가자."
사진 찍기 싫어하는 중1 사춘기 아들은 못 이기는 척 한 장 찍어준다.
아들과의 기념사진 한 장을 마지막으로 서출지를 돌아서 나온다.
연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음 더 예쁠 텐데..
대신 배롱나무가 핑크빛으로 반겨주어 행복했던 순간
엄마와의 나들이에 흔쾌히 따라나서준 둘째 아들이 사랑스럽고 푸른 하늘 보며 즐겁고 그 기분에 더위마저 잊어버린 행복한 나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