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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박하
Aug 17. 2023
우리의 추억은 외나무다리에서
[경주산림환경연구원] 함께 걷는 길
"
숑아~
다음 갈 곳은
형아 6살에 함께 왔던 곳인데
그때 너는 집에 두고
형아
만 데리고 왔거든
너랑도 한번 가고 싶은 곳인데
같이 가볼래?"
숑군과 함께 갈 장소는
얼마
전까지
는 공사 중이라
방문할 수 없어
메타세쿼이아 길만 걷고
왔
었던 곳이다.
이제는
전면 개방이 된
경주산림환경연구원
내의 유명한
포토스폿 외나무다리다.
2013년이면 벌써 10년 전이다.
큰 아들 유치원 친구들과 함께
이곳에
피크닉을
왔었다
.
그날의 기억은
참
생생하다.
다행히 둘째는 동생이 봐준다고 해서 나는 홀가분하게 큰
아들만 데리고 왔던 소풍
작고 귀여운 아이들은 수많은 나무와 알록달록한
봄
꽃
들
, 그리고 연못의 곤충들을 보며 신나
했었다.
어린 동생들도 언니 형아 따라 아장아장 걸어 다니던 모습들이 선하다.
오래전이지만 그때의 그 시절로 와 있는 것처럼 외나무다리와 나무숲은 그대로다.
우리만 변해서 다시 이 곳에 찾아온 느낌이다.
늘 그렇듯 자연은 늘 그 자리에서 한결 같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 엄마 저기야?"
숑
군이 외나무다리를 가리키며 달려간다.
" 그래 맞아."
다리만 보면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건너고 싶다. 숑군도 마찬가지다.
" 와
예
쁘
다. 엄마 이 다리 참 예쁘다."
" 그렇지? 엄마도 10년 만에 다시 이 다리를 건너보네. 우리 기념사진 찍을까?"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나도
외나무다리를 건너본다,
비 온
뒤라 땅이 질퍽하고
미끄러워
조심조심
다리 위를
걸어본다
.
유명한 포토스폿이라 오래 머무룰수 없다.
얼른 기념사진을 찍고 다음 사람을 위해 자리를 양보해야 한다.
우거진 숲이 시원할 줄
알았
는데 한 여름의 더위를 막지 못한다. 덥다 못해 뜨겁다.
역시 이곳은 도시락 싸서 봄소풍 오기
참
좋은 곳이다.
10년전에도 우린
이
곳에 봄소풍을 왔었다.
돗자리를 깔고
엄마들이 각자 준비해 온 도시락을 먹으며 수다를 떨고 아이들은 주변을 뛰어다녔다.
'
이제는 아이들과의 이런 낭만도 즐길 수가 없겠지.'
그때
그 순간
상상만 해도 행복한 풍경이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제일 그리운 때가 바로 아이들의 유아시절이다. 힘들다고 투덜대며 빨리 이 시간이 지나가면 좋겠다고 했지만 지나고 보니 그때가 제일 행복했던 때라는 걸 나이가 들어가면서 많이 느낀다.
그때는 이곳이 그렇게 유명한 장소는 아니었다
인별그램이 시작되면서 핫플이 되고 수많은 사람들이 찾는 명소가 되었다.
산림연구원에서 잘 관리하고 있어 여전히 아름다운 풍경을 선사한다
어리고 귀엽던 유아시절을 보냈던 두 아들은 성인의
몸을 가진
청소년이 되었다.
언제 이만큼 컸는지
숑군은 재밌는지 다리를
왔다 갔다 하며 뛰어 다닌다. 여전히
마음과 행동은
유아스럽다.
그래서 더 사랑스러운 둘째다.
" 숑아 저기 다리 위에 올라가 봐. 너무 멋질 것 같아."
덥지만 재빨리 뛰어가 포즈를 잡아주는
숑
군을 보니 웃음이 난다.
사진으로 보는
초록빛은 시원하다.
하지만 실상은 등줄기에도 이마에도 땀이 줄줄 흐른다.
슬슬 짜증 지수가 올라가는 숑군
" 엄마 사진 그만 찍고 가면 안돼? 나 목말라."
" 여름은 더워야 여름이지. 더위를 즐겨!"
말하고도 미안하긴 하다.
사진은 정말 시원한 바람이 솔솔 불어올 것 같은데...
" 가기 전에 엄마 인생샷 하나만 찍어주라."
엄마의 성화에 못 이겨 아들이 사진 몇장을 찍어준다. 진짜 인생삿을 찍어준 아들, 사진이 내마음에 쏙 들었다.
" 인생샷 건졌으니 우리 이제 가자. 엄마가 시원한 음료 사줄게."
" 엄마 엄마는 정말 날씨 요정인가 봐."
아무리 흐리고 비가 와도 엄마가 경주에 오면 날씨가 개이고 좋으니 말이야. 엄마가 경주를 좋아하니 경주도 엄마가 오는 게 좋은가 봐, 그러니 날씨가 이렇게 좋지."
사실 주말에 경주를 가면 차도 막히고 가기가 힘들다고 다들 꺼린다. 하지만 내가 가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차가 뚫리고 만차로 없던 주차장이 내차가 들어가면 꼭 한자리를 내어준다.
늘 함께 다니는 둘째는 그게 매번 신기하단다.
사실 나도 너무 신기한다.
내가 늘 경주를 사랑하고 좋아하니 경주도 늘 마음을 열어두고 나를 기다리는 건가.
어쨌든 오늘의 경주 나들이도 나에게 예쁜 추억을 떠올리게 해 주고 또 하나의 추억을 만들어 주었다.
이러니 내가 경주를 좋아할 수 밖에. . .
" 숑아 우리 다음엔 경주 어디 갈까?"
내말에 둘째의 표정은 '또' 라는 표정이지만 나는 아들을 보고 씨익 웃어주었다.
그렇게 우린 아름다운 숲을 뒤로하고 발걸음을 돌렸다.
<plus>
2013년 4월 28일 6살인 큰아들과 친구들
외나무다리는 여전히 그 자리 있고
줄지어 건너는 아이들의 모습이 정말 귀엽다.
6살이던 귀염둥이 쬬군은 벌써 16살의 청소년이 되었다.
그날의 기억을 다시 꺼내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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