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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하 Aug 18. 2023

불편한 내 이름 : 저는 해바라기 '해'자랍니다

[바실라] 토종 해바라기 보셨나요?

" 이름이 뭐예요?"

" 박해경입니다."

나는 담당자 너머로 내 이름을 잘 적는지 내려다본다.

역시나 내 이름을 박혜경이라고 적는 점원

" 저기 제 이름은 해바라기 할 때 해자랍니다."

" 아 네 죄송합니다."


그렇다.

나는 아주 불편한 이름을 가지고 있다.

내 이름은 박해경

단 한 번도 내 이름을 한 번에 정확하게 기록하는 사람을 만나본 적이 없다.

적기 전에 해는 무슨 해자인가요? 물어보지 않는 이상은 거의 100% 내 이름을 박혜경으로 기록한다.


예전에는

" 이름이 뭐예요?"라고 물으면

해자를 혜라고 적기 전에

" 해자는 바다해자입니다."라고 얼른 말한다.

" 아 네 ~." 대부분 혜로 썼다가 해로 고쳐쓰기 다반사였다.


나이가 드니 이제는 고쳐주는 것도 귀찮아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적고 싶은 대로 적도록 그냥 내버려 둔다.

혹시나 명단에 이름이 있을 때는 살며시 볼펜으로 수정을 해 놓고 온다. 그럼 한 세 번 정도 수정해 놓으면 그제야 내 이름은 제대로 수정이 되어있다.


이렇게 불편한 이름을 가진 나는 지금까지 이름을 다시 말하는 게 버릇 처럼 되어 버렸다.


" 저의 해자는 해바라기 해자랍니다!"


불편한 내 이름이지만 내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수많은 해경, 혜경이를 만났다.

내가 제일 처음 만났던 해(혜) 경이는 고1 때 만난 친구 장혜경, 해자는 틀렸지만 우리 둘은 단짝이 되어 고등학교 3년을 즐겁게 보냈다.


그리고 두 번째 만난 해경이는 대학교 1학년때 만난 지금의 남편의 여동생, 지금은 나의 시누가 된 김해경다.

처음으로 나의 해자와 똑같은 해경이를 만나 너무나 신기해했던 기억이 있다.

남편을 만나 서로 사랑하던 때라 더 신기하고 우린 천생연분이라며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


세 번째 혜경이는 하브루타계의 일타 강사이자 작가이신 김혜경 선생님. 혜자는 다르지만 너무나 인품도 좋고 강의도 잘하시는 분이라 그분을 만나면서 더 반갑고 내 이름을 더 좋아하게 되었다.


그리고 마지막 네 번째로 만난 해경이는

몇 년 전 남편이 일하며 방문한 곳에서 아이가 있냐길래 있다니 동시집을 하나 주셨다고 한다. 그분은 바로 박해경 동시작가였다. 나는 처음으로 성도 이름도 똑같은 분이 있다는 사실에 좋아했다.

남편도 너무 신기하다며 동시집을 나에게 건넸다.


몇 년간 간직하며 잊고 지냈는데 올봄에 도서관에 박해경선생님의 동시 강의가 있어 신청하게 되었다.


여기서 잠깐

나와 박해경 선생님의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소개하겠다.



<나의 에피소드>

카톡 카톡

선바위신문 기자단 톡방에서 카톡이 울렸다.

" 박해경 기자 도서관에서 동시 수업 하나요? "

" 네? 아니요 저랑 동명이인이신 동시작가님이 수업한답니다, "

" 아 그렇군요, 난 이름이 같아서... 기자님인 줄 알고 언제 동시까지 썼나 했어요 하하하."

"하하하" 그렇게 우리는 함 참을 웃었다고 한다.



<박해경 동시작가의 에피소드>

박해경 동시작가는 수강생 모집 기간에 도서관에서 전화가 왔다고 한다.

"선생님 선생님은 수업 신청 안 하셔도 되는데 수업을 신청하셨네요."

" 네? 저는 신청 안 했는데요?"

수업 신청은 내가 했는데 담당자님은 강사이신 박해경 선생님이 수업을 신청한 줄 알고 수업을 취소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때서야 동명이인의 학생이 수강 신청을 하셨다는 걸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렇게 박해경 동시작가님과 나는 같은 이름을 가진 계기로 인연이 되었다.


난 내 이름이 흔하고 불편하지만 이름으로 이어진 새로운 인연들로 요즘 행복한 날을 보내고 있다.



나는 지금도 여전히 이름을 말할 때는 참 불편하다

그래도

이름을 말할 때 바다 해자입니다 보다는

해바라기 해자입니다라고 말하는 게 더 좋다.

해바라기를 좋아하기도 하고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해바라기가 예쁜 경주의 카펠  소개한다.

얼마 전 두 아들과 함께 다녀왔다.


경주의 유명한 해바라기 명소 바실라 카페

바실라 카페에는 토종 해바라기를 심어 놓은 카페라 내가 좋아하는 곳이다.

토종 해바라기의 멋스러움 한번 감상해 보자.


토종 해바라기기는 8월~9월에 피는데 원줄기 가지 끝에 1개씩만 달리는 게 특징이다.

꽃이 피면 고개를 남쪽으로만 고개를 숙이고 있다. 키도 크고 큼지막한 해바라기 한송이가 달린 우리 토종 해바라기 정말 멋스럽다.

모두 한쪽으로만 바라보고 있는 해바라기들 너무 예쁘다. 더운 줄도 모르고 해바라기를 찍어댄다.

매년 해바라기를 심고 가꾸려면 정말 힘들겠지만 씨앗을 수확하고 매년 심고 손님들에게 기쁨을 주는 곳

차 한잔 마시며 해바라기를 실컷 감상할 수 있다.


요즘 해바라기를 심은 곳은 많다.

이곳은 하늘과 산, 그리고 저수지와 해바라기가 만들어낸 풍경은 정말 예술이다.

무뚝뚝한 사춘기 아들들도 뒷모습을 허락해 줄 정도로 해바라기를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이렇게 해바라기를 소개하는 이유는

내 이름의 해자는

바로바로 해바라기 해자라는 걸 잊지 마시라고

내가 좋아하는 경주의 해바라기 명소를 소개하는 것이다.


해바라기 하면 박해경이 떠오르라고... 하하

얼마 전 태풍으로 해바라기들이 쓰러지지 않았는지 모르겠지만 올여름 가기 전에 노란 해바라기 한번 보고 오면 어떨지...


그리고 제 이름도 떠올려 주시길... 바라며,..

#경주가볼만한곳

#경주핫플

#쿼렌시아

#경주매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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