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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하 Mar 28. 2024

상대의 말이 가끔 열받게 하죠? 그 땐 어떻게 하나요?

화났다고 말한다 vs 참는다

봄비가 내리는 오후

오전에 독서모임을 마치고 기분 좋게 맛있는 점심도 얻어먹고 샘들과 차 한잔 마시고 집으로 가는 길이었다.

비 내리는 차창밖에 보이는 비 맞은 봄꽃들을 보면서 안타깝기도 하고 속상해하며 운전대를 잡았다


그때 낯선 전화번호가 울렸다.

낯선 번호는 무조건 받는 편이라 운전 중에도 전화를 받았다.


-안녕하세요 울산광역시 교육청 꿈멘토 담당 상담사 000입니다.

올해도 봉사를 하게 된 꿈멘토 담당 상담사였다.


-네 안녕하세요

반갑게 인사를 했다.


-선생님 000 학생 멘토링 어떻게 되었나요?


-어머니랑 통화했고 아이 일정 보내주시기로 해서 연락 기다리고 있어요.


-아이는 기다리고 있는데 왜 아직 안 하고 계시는 거죠?

톤 다운된 목소리로 나를 훈육하는 느낌이었다.


-어머니랑 통화 후 연락이 없어서 문자도 보냈는데 아직 연락이 없네요.


- 그럼 조금 더 적극적으로 연락을 했었어야죠.



나를 다그치는 느낌이었다.

벌써 2주년인데 왜 아직이냐고 좀 더 적극적으로 연락하지 않았냐며 야단맞는 느낌이었다.


사실 교육청에서 하고 있는 멘토링 사업은 선생님들의 봉사로 이루어지는 것들이다.

나에게도 나름의 일정이 있고 계획이 있는데...

나에게 왜 연락을 하지 않고 아이를 기다리게 하냐며 

순간 나는 야단 맞는 학생이 되어버린 기분이었다.


운전 중 너무 당황해서 건널목에 반쯤 걸쳐서 멈췄다. 뒤차가 놀라서 빠-앙 했다.


뭐지? 내가 왜 이런 대우를 받아야 하지?

말이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데 왜 나에게 이렇게 말을 하지. 너무나 화가 났다.

수업 날짜 조금 늦게 잡은 게 그렇게 잘못된 일인가?

어머니랑 통화도 했도 문자도 보냈고 최선을 다했는데... 뭐지? 돈 벌려고 하는 것도 아니고 아이들을 위해 봉사하는 건데 왜 나에게 이렇게 말을 하지? 화가 나서 미칠 것 같았다.


아마도 담당자의 말투가 좀 더 부드러웠으면 나도 기분이 나쁘지 않았을 것이다.

담당자와 통화하는 내내 나는 큰 죄를 지은 사람처럼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고 어물거렸다.


-어머니 연락이 없는데 저보고 어쩌라는 거죠?

나름의 반격이었다


-아이랑 연락을 해 보시지 그랬어요?

제가 서류드린 게 2주 전이었는데...


사실 난 배정받은 아이와 엄마에게 시간을 주고 있었다.

충분한 시간 후 4월 첫 주부터 멘토링을 시작할 계획이었다고 말했어야 하는데 나를 훈계하는 듯한 목소리에 대꾸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 이 이번주에 해보려고 했죠

헛웃음 소리가 들렸다.

그걸 말이라고 하나 하는 웃음으로 느껴졌다.


- 학생에게 전화해서 약속 잡아보세요

- 일단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고 나니 밀려오는 이 기분은 뭐지?

내가 이런 대우받으려고 봉사를 했나?

운전을 하며 집으로 오는 내내 화가 나고 속상했다. 나를 어떤 사람으로 생각했길래 나에게 이렇게 무례하게 말을 하지?


함께 멘토링을 했던 선생님께 나의 기분을 바로 전하고 하소연을 했다.

그래도 풀리지 않았다.


나름의 책임감도 있고 내가 학생을 받았을 때는 멘토링을 하겠다는 의사가 있었던 건데

왜 빨리 안 갔냐고 다그쳤던 그 담당자분이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사실 나는 누군가에게 싫은 소리 못하는 소심한 사람이다.

그런데 이번 전화로 느낀 나의 감정은

그분도 꼭  알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자꾸 들기 시작했다.

(정말 MBTI가 바뀌더니 성격이 바뀌었나?)

고민하다 용기를 내어 전화를 했다.


- 선생님 아까 통화했던...

- 네---

- 조금 전 통화는 정말 기분이 좋지 않았답니다.

  제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꼭 그렇게 다그치는 말투로

  말씀을 하셨어야 했나요?

  좀 전에는 운전 중이기도 하고 너무 당황해서

  말을 못 했네요..

그제야 아차 싶으셨는지 말투가 전에 통화했던 거와는 사뭇 다른 말투로 바뀌었다.

- 아 네 선생님


전화를 끊고 들었던 나의 마음을 솔직하게 전해드렸다. 그렇게 말씀하시지 않았어야 했으며 무턱대고 나에게 하라는 것도 잘 못되었다고.

작년에 처음 시작할 때 신입시절 불편했던 점도 이야기 했다.

사업이라고 정해놓고 제대로 된 설명 없이 신입들에게 하라고 해서 많이 힘들었다고. 여전히 아는 게 부족한 저라고...

올해 신입들에게는 조금 더 친절하고 자세한 설명을 해주십사 부탁을 드렸다.


나도 평소에 하지 않는 행동이라 그런지 목소리는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멘토링 봉사를 하지 않아도 나는 상관이 없었다.

그냥 좋은 일이기도 하고 아이들과 다양한 수업을 하면서 아이들과 소통하고 나도 자연스레 성장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올해 담당자가 바뀌어서 그렇다고 이해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전화 예절이라는 것도 있고 최소한의 공손함을 보여줬어야 했다는 게 나의 생각이었다.


- 담당자님 오해는 하지 마세요. 제가 수업을 하기 싫어서가 아니라 저의 일정에 맞춰야 하는 일이고 제가 맡았을 때는 끝까지 책임을 지겠다는 거랍니다.

앞으로 다른 분들에게도 그렇게 말씀하시면 안 될 것 같아요. 조심해 주시면 좋을 듯합니다.


- 선생님 너무 죄송해요. 마음이 많이 상하셨겠네요. 말씀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다른 분들께 말할 때도 정말 조심하도록 하겠습니다. 또 실수하면 안 되니까요.

다행히 담당자분은 수긍을 해주셨고 자신의 말투도 고쳐보겠다고 긍정적으로 대답을 해주셨다.

그래서였을까 내 목소리 한 결 부드러워지고 밝아졌다. 


- 저 원래 이렇게 항의하고 하고픈 말 마구하는 사람이 아닌데 운전 중에 황당하기도 하고 꼭 그렇게 말했어야 했을까? 하는 마음도 들고, 속상했거든요.


어쨌든 나는 하고 싶은 말을 다했고 담당자는 문제를 파악했는지 연거푸 나에게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다.

내 마음은 그랬다.


말이라는 것이 참...

말투와 톤 목소리로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할 수 있다고...


전화를 끊고

내가 너무 오버한 건 아닌지

나 또한 무례한 건 아닌지 고민되었다.

최선을 다해 나의 마음을 전했고

그 덕분에 내 마음은 편해지기도 하고

불편해지기도 했다.


예전 같으면 지나칠 일을 왜 나는 오늘 이렇게 흥분했을까?

날씨 탓일까?

운전 중이라서?

사고 날뻔해서?

나를 무시하는 것 같아서?


결국 말투와 언어선택이었다.


그러면서 나를 뒤돌아 보게 되었다.

신랑이 가끔

- 말 좀 예쁘게 해라

라는 말을 할 때가 있었다.

그러면

- 내 말이 어때서?라고 대꾸했다. 거기다 지는?이라고 한마디 더 보탰다.


오늘 내가 당해보니 이런 느낌 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상대를 존중하지 않은 말이 상대를 얼마나 아프게 하는지 오늘 정말 제대로 알게 된 날이다.


내 속 편하자고 내가 화가 나고 속상한 마음 다 이야기했는데 왜 가슴 한 구석은  불편함이 남아 있는 건지...


내가 또 전화해서 한 말들로 또 그 상담사는 상처 받은 건 아닌지


말....

그말....

참 어려운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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