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Bagette J Jun 20. 2022
어김없이 올해도 무더운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찾아왔지만 우리 가족이 더위를
느끼고 가을이 왔구나 하면서 계절의
변화를 문득 실감했던 방법은
응급실 진료를 가서 다행히 숨돌리고
집으로 돌아가던 올림픽대교 창밖에서
벌벌 떨리는 정기 입원을 마치고 조금이나마
가뿐해진 마음으로 해방감을 느끼고 바라보던
유리창에 비친 롯데타워의 반짝이는 불빛을 보며
수많은 검사를 하지만 단 한 번도 긍정적인 결과를
듣지 못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늘 겪어야 하는
답답함과 함께 찾아오는 교통체증 속 강변북로에서
늘 똑같은 길을 달리며 갈수록 어려워지는
윤서의 상황을 눈물을 흘리며 현실로 소화시키고
창문을 내리고 흐려진 차창 밖 모습을 보며
봄이 오고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오는 소리를 듣는다
윤서가 기본적으로 진료를 보는 과가 많기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병원 진료가 아닌 휴가는 우리 가족에게는
없었던 것 같다 물론 나를 위한 휴가도 아내를 위한 휴가도
우리 가족의 행복과 힐링을 위한 휴가도
윤서 엄마가 며칠 전 펑펑 울면서 너무 힘들다고 했다
출장, 밤샘근무, 기타 등등 직장에서
바쁘다는 아빠의 여러 가지 핑계로 윤서가 검사할 때
결과를 들어야 할 때 응급실에 가야 할 때
때마침 밤샘 근무와 훈련일 때가 있었는데
그때마다 "어쩔 수 없지 뭐"라면서 혼자 억척스럽게
다녀왔던 윤서 엄마에게 늘 고맙고..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지만 나는 어리석게도 이제 이쯤은 혼자
가도 윤서 엄마는 괜찮겠지라는 마음을 점점 크게
가지고 있었나 보다 그 마음 충분히 알면서
돌이켜 보면 정말 무서운 착각을 했던 것 같다
훌륭한 아빠, 남편이 돼주고 싶었다
그리고 나름 엄청난 착각으로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장인어른이 돌아가시고 아내가 펑펑
운 적을 본 적이 없는데 내 앞에서 너무 서럽게
우는 윤서 엄마를 보며 그동안 내가 한참
잘못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검사하러 가면서 얼마나 긴장됐을까
결과 들으러 가면서 얼마나 무서웠을까
응급실에 가면서 얼마나 불안했을까
멀쩡한 것도 아니고 괜찮아졌다고 말할 것도 아닌데
늘 최악을 말하고 기분 좋은 말을 해줬을 것도 아닌데..
내가 너무 생각이 짧았던 것 같다
나만 힘들고 아픈 윤서만 보이고
왜 아내의 마음이 나처럼 찢어지도록
아프고 무서웠던 건 그렇게 무감각했을까
정말 바보다..
아픈 아이를 키우는 엄마 중에는 제일 건강하고
밝은 모습을 가지고 살아온 윤서 엄마지만
사람이라 분명히 힘들고 지쳤을 텐데
이쯤이야 이겨내겠지라고 생각했던 지난날들
가슴이 너무 아프다..
윤서는 아빠 엄마가 가을을 올림픽대로에서 만끽할 수
있도록 10월 한 달 동안 삼성병원을 자주 가게해 주셨고
언제든 갈 수 있다고 늘 신호를 보내주시는 덕분에
오늘도 내일도 노심초사 대기 중이다
엄마 아빠 타들어 가는 속은 모르겠지만
늘 밝은 모습으로 지내는 윤서가 너무너무 대견하다
계절이 변하고 세상은 급변하고 과학기술은 발달하고 있는데
왜 우리 윤서의 치료 약과 치료법은 뉴스에
나오지 않는 걸까?
윤서야 솔지야 아빠가 미안하고 사랑해
앞으로 우리 더 힘내자!
내년 올림픽대로의 가을은
치료 약을 맞으러 갈 수 있는
따뜻한 풍경이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