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잊지 않을꺼야 윤서를!

by Bagette J


각자의 위치에서 하루를 치열하게 보내고 모두가 잠든 새벽

오늘도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잠든 윤서 곁을 지킬 수 있음에

감사함을 느끼며 윤서와 비슷한 희소병을 앓고 있던

스페인 아빠가 쓴 책을 우연하게 보게 되었다 그리고

한 구절이 내 마음속 한곳을 울리기 시작했다

나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아무것도 잊지 않습니다

가만히 조용히 사랑한다 中에서

이 구절을 읽으면서 갑자기 윤서와의 모든 추억을 한 조각도

빠짐없이 모조리 다 기억하고 싶어졌다 나쁜 일을 기억하는 건

머리가 쭈뼛 서도록 무섭고 두려웠지만 온몸에 전율이 일어날

정도로 행복한 순간이 더 많았기에 그래서 우리 가족이 지금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행복했기 때문에

그날의 기록을 추억으로 지그시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최선을 다해서 살아온 하루를 온몸에 문신이 새겨지듯이

또렷하게 기억하고 싶었다 윤서의 건강이 급격하게

안 좋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한 순간부터 더욱더 절실해

지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이 사실이 아직도 납득이 안되고..

차트와 검사 결과가 잘못되었다고 우리는 늘 생각한다)

이 책의 아버지가 아이와의 소소한 하루를 기록했던 것처럼

조금씩 윤서에 대한 추억과 그날 있었던 감정과 분노 서운함

즐거움 또한 재활에 대한 정보 등을 조금씩

모두가 잠든 고요한 시간 모니터 속에 멍하니 앉아 감정을

하나하나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뿐만 아니라 부부가 동시에 아이와의 하루하루를

오픈하고 소통하기 시작하면서 음지에서 숨어있던 우리와 같은

분들과 소통하기 시작했으며 힘을 주기도 하고 얻기도 하면서 재활에

대한 정보도 공유하는 사랑방 역할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우리 부부도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행복하고 감사했다

아빠로 엄마로 아픈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 소통하면서

각자 많은 사연을 가지고 살아가는 분들이 많은 것을 알았다

나도 그런 분들의 모든 것을 다 공감하진 못하지만 뉴스에서

나오는 못된 부모는 대한민국에는 극 소수인 것이 분명하고

아이를 사랑하고 상대방을 아끼고 사랑해 주는 좋은 부모들이

대부분이기에 세상이 아직 아름답게 유지되고 있음을 피부로

느끼며 희망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

좋은 분들이 내 주변에는 참 많다 너무 감사하고 행복한 일이다

직장에서 표현은 살갑게 하진 못해도 진심으로 우리 가족과

나를 위해 어려운 상황에서도 자기 일처럼 과감하게 도와주시는

분들 이분들이 있기에 아빠로써 중심 잘 잡고 지낼 수 있는 것 같다

나쁘거나 아쉬운 부분도 있다 나 또한 상처도 많이 받았고

아직도 받고 있고 트라우마도 있다 (물론 그 사람들은 자신들이

그랬다는 것을 전혀 인지하지 못한다) 담아두는 성격이라 악몽으로

다시 떠오를 만큼 쉽게 머릿속에서 비워지지 않는다

하지만 좋은 사람들의 사랑으로 이겨내고 있다!

꼭 스크루지처럼 꿈에서라도 역지사지의 상황을 겪어봤으면 한다

실제로는 너무 가혹하니까 꿈에서만이라도

그 와중에도 윤서는 웃으면서 여전히 잘 지낸다 하지만 이벤트 없이

지나가는 법이 없다고 골다공증 주사를 맞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치아는 알 수 없이 썩어가고 아니 삯 아가고 있는 게 맞는 것 같다

그 치아 중 어떤 녀석들은 신경이 붓고 염증이 생겨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돌출이 되어 있다

맙소사 이번 주는 그 신경이 터졌는지 윤서 입속에서 피가 나오는데

지혈이 잘되지 않아 곤욕을 치렀다 지금은 괜찮아지긴 했지만

치료 동안 아이의 안정을 위해 통상 엄마가 함께했지만 오늘은 아빠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보는 동안 고통스러워하는 윤서를 바라보고 멈추지

않는 피를 보며 그 와중에도 땀을 뻘뻘 흘리며 고군분투해 주시는 교수님

며칠 동안 그 장면이 꿈에 생생하게 나온다

얼마나 아프고 힘들까? 수술대에 올라 6시간 동안 머리뼈를 조각내고

또 괴사된 피부를 제거할 때도 머릿속에 있던 핀을 빼낼 때도 얼마나

아프고 힘들었을까? 보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가슴 아프고 힘든데

그걸 이겨내고 우리 앞에서 웃음 지어주는 우리 딸이 너무너무 자랑스럽다

나한테는 윤서도 중요하지만 사실 윤서 엄마가 1번으로 중요하다

어렸을 적부터 어렵게 늘 혼자 자라 온 나에게 손을 뻗어주고 내 아픈

과거와 슬픔까지 포용해 준 세상 유일한 사람이니까

윤서 엄마도 힘든데.. 내가 요즘 너무 힘들고 우울감이 심하게 와서

조금 기대려 하고 무기력한 모습을 많이 보여줘서 윤서 엄마가

화가 많이 났었다 윤서만으로도 충분히 감당이 안 되는데 똑같은

아픔을 겪으면서 나마저 기대려고 하다니 소통의 차이로 갈등의

골이 깊어지려고 했지만 윤서 엄마가 이기적인 나를 늘 먼저 이해해

줘서 항상 미안하고 고맙다 내가 더 잘할게..

나도 윤서 엄마도 고집이 있어서 절대 굽히지 않는 성격이라 싸우면

절대 서로에 대해 굽히지 않았었는데 윤서의 어려운 소용돌이를

같이 겪으면서 성격도 많이 평온해졌다 그리고 이렇게 싸웠을 때도

대화를 통해 정리하고 다시 파이팅 할 수 있으니 다행이다

(윤서야 고마워 다 네 덕분이야!)

사랑하는 윤서야!

기억하는 사람들은 잊는다고 저 책 속에서 유유가 말했어

하지만 기억하고 담아두는 사람은 절대 잊지 않아

시간이 지나면 윤서에 대한 기억이 아빠 엄마 머릿속을 지나갈까

겁이 나 행복은 긴 시간이 아닐 걸 알기에 윤서는 기억 못 해도

잊지 않을 거니까 아빠도 잊지 않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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