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지나고 겨울의 문턱에서

by Bagette J

너무 작은 엄지 공주 토끼 같은 내 새끼 윤서가

어느덧 아빠 엄마와 5번째 가을을 지나 겨울의

매서운 칼바람을 맞으며 봄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네


윤서가 태어나고 처음 1년은 초보 엄마 아빠가

우당탕탕 지지고 볶고 하면서 정신없이 지나갔고

윤서가 아픈 걸 안 뒤 마음의 준비를 할 겨를도 없이

바로 수술대 위에 윤서를 눕혔고 그렇게 눈물만

흘리고 정신없이 지낼 틈도 없이 하루하루 믿을 수

없는 현실들은 우리 부부에게 슬퍼할 겨를조차

주지 않고 있다


그렇게 하루하루 지내며 "나에게 왜 이런 일이?" 했는데

벌써 4년이 지나고 있다 어제 곤히 잠든 윤서를 보면서도

수없이 생각했다 저렇게 예쁜 딸과 나에게 이게 무슨 일일까?


알 수 없는 치아가 빠지는 일들로 하루하루 이벤트를 열어주신

조윤서 님은 악화되는 속도가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어제 갑자기 아랫니 한 개가 저녁 먹기 전까지 있다가 실종돼버렸고

(장기미제 사건이 될 듯... 소소한 일들은 늘 일어난다)


오늘은 튼튼한 작 뼈를 다시 찾기 위한 3번째 주사치료를 받았다

치료를 처음 시작하기 전 교수님도 드라마틱한 효과는 없을 테니

너무 큰 기대는 하지 말라고 말씀하셨지만 그래도 정답을

찾을 수 없는 이 현실에 치료를 받을 수 있음에 감사한다

(그 사이 전날 윤서의 아랫니는 없어져 버렸다)


진료실에 들어갈 때마다 여러 가지 진전된 사항이나

발전사항이 있는지 교수님께 여쭤보면 얼마나 달라졌을지 보다

앞으로 발전 없이 똑같은 상태라고 말씀해 주실까 봐

너무너무 겁이 나고 속상하다


얼마 전 윤서가 80대 할머니 골다공증 수치 대결에서

가볍게 승리했다는 소식을 윤서 엄마가 어이없어 웃으며

이야기했을 때 (티는 내지 않았지만) 속상하고 슬프고

황당해서 밤새 잠이 오질 않았다 그래도 윤서의 아픈 한 부분을

치료할 수 있는 부모로서 최선을 다할 수 있는 부분이 있어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쓸쓸한 마음을 달래본다


유치원 생활을 누구보다 좋아하는 윤서는

처음의 우리 부부의 걱정과는 달리 통합반에서 친구들과

잘 지내고 밝은 모습으로 지내내며 행복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문득 생각해 보았다

윤서와 함께 즐겁게 노는 친구들이 신나게 달릴 때

그리고 퐁퐁 점프를 뛸 때 얼마나 따라다니고 싶을까?

라는 의문이 생기기 시작했다


왜 난 친구들과 다르지? 내 맘대로 안되는 거지?

라고 느끼고 힘들어할까 봐 자신의 한계로 마음의 상처가

찾아올까 봐 밝은 모습 속에서 감춰진 윤서의 모습이

있지는 않을까 걱정된다


잘 때는 천사 같고 예쁜데 멍하니 그 옆을 지키다 보면

아빠의 시선에서 별의별 생각과 걱정이 늘 엄습해오고

갑자기 일어나 깨서 우는 횟수와 이상 유무를 확인할 때

더 아픈 곳이 생긴 건 아닌지 걱정된다


우리의 겨울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크리스마스는 절대 병원에서 보내지 않기를

더 안 좋아질 윤서의 건강을 덤덤하게 받아들이며

올해 크리스마스 선물은 "기적"이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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