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어려운 건

육체적 고통보다 마음의 상처

by Bagette J

오늘은 피부로 희소 병과 장애를 함께 가지고 있는 아이를 키우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몸소 체험하고 그 부모는 뒤에서 편견과

차별을 견디며 늘 아픈 감정을 속에서 쓰리게 삼켜야 하는

현실을 느끼게 된 날이었다

4년 전 윤서가 아픈 걸 알고 한창 수술과 치료를 반복하던 때

퇴원하고 아내를 위해 소소한 외식을 하자며 잠시 들렸던

감자탕 집 병원 침대에만 누워있던 윤서에게 보인 작은 키즈존

가자고 손짓하는 윤서를 안고 아빠와 함께 신나게 트램펄린을

즐기고 있는 가운데 함께 있던 4살 남짓의 여자아이가 말한다

"엄마 쟤는 생긴 게 이상해 고릴라같이 생겼어"

"기어서 가는 것도 고릴라 같아"


정말 많은 충격을 받았었다 윤서가 특별한 건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그렇게 들리지 않길 바랐던 소리를 듣게 되니 온몸과 정신이

굳어 버렸다 그래서 어쩌면 일반 아이처럼 윤서가 마음 편하게

손가락질 안 받게 살게 해주고 싶어 더욱더 재활에 미친 듯이

매달렸는지 모르겠다 쉴 틈 없는 수술과 치료를 정신없이

반복하며 현실을 어쩌면 잊고 살았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극복하고 이겨내는 마음의 준비까지 된 줄 알고 착각을 했었나 보다


2019년 2월 24일

윤서 엄마가 삼겹살이 먹고 싶어 방문한 고깃집

오늘도 한편에 마련된 작은 키즈존 역시나 날 보고 방방 뛰자며

웃는 모습으로 이야기하는 윤서 트렘블린 작은 한편에 아빠와

앉아서 뛰며 좋아하는 윤서 근데 윤서가 있는 곳에서 자꾸 와서

뛰기도 하고 균형을 잃고 넘어지는데도 자꾸 쳐다보는 아이들


그리고 뒤에서 들리는 웅성웅성 거리는 소리

그 소리 정말 내 귀로 듣지 말았어야 했었다

"저기 있는 애 진짜 이상하게 생기지 않았어?"

"얼굴도 이상하고 뛰는 것도 이상해"

"걷지도 못하나 봐 이상하게 기어 다녀"


이 대화는 한마디도 더하거나 덜하지도 않았다

어떻게 저런 말이 7살쯤 보이는 여자아이 입에서 나올 수가

그것도 거기서 놀던 아이들을 모여놓게 하고 대놓고 쳐다보면서


맨날 맨날 잘못 듣는다고 아내한테 혼나는 나인데 그 소리는

어떻게 그렇게 선명하게 내 귓속에 박혀버린 걸까 또 그 순간

얼음처럼 나의 온몸은 또 굳어버렸다 처음 그때 이후로

이런 상황에 대한 마음의 준비 사이다 같은 대처도 하며 실행에

옮기기도 했었는데 오늘은 왜 그런 걸까?


그래도 그 친구들을 보며 밝게 웃어주며 "안녕"이라고 말하는 너

굳은 몸이 풀리며 다시 자리로 돌아왔다 가슴한켠이 답답하고

머리가 지끈지끈 쑤신다 몸이 굳었을 때 받은 여운이 밥도 먹고

집에 와서 새벽에 윤서를 지키는 이 순간에도 지워지지가 않는다


유치원에서도 윤서를 다들 이뻐한다고 선생님들이 그러시는데

혹시나 오늘 같은 상황은 아니어도 윤서의 다름에 의문을 품는

친구들은 있지 않을까? 이쁜 게 아니라 신기함에 전시된

무언가처럼 신기해하는 것은 아닐까? 갑자기 불안하다


여러 가지 생각이 내 머릿속을 빠르게 채웠다가 나갔다를 반복한다..

무엇이 잘못된 걸까? 그 아이가 무슨 잘못인가..

내가 하필 거길 왜갔을까? 왜 가만히 굳어버렸을까 등등..


안 그래도 윤서의 건강이 안 좋아져서 걱정이 많았던 하루하루에

기름을 부어버렸다 왜 이렇게 된 걸까? 우리 사는 세상이

누굴 탓하고 벌받고 잘못됐다고 생각하고 싶지도 않지만

윤서와 같은 아픔을 가진 아이들이 살아가고 이겨내야 할

세상이기에 그리고 부모이기 때문에 가슴이 너무 저려온다


윤서를 보며 수없이 많은 생각을 하면서 뒤로 눈물을

홀로 삼키며 보냈던 나날들 하지만 요즘은 거의 수도꼭지처럼

눈물이 앞을 가리는 날이 많아진다 평상시엔 그저 웃고

아무렇지 않게 살고 있지만 사는 게 사는 게 아니란 걸 그 누가 알까?

힘내라고 많이 하고 응원하고 좋은 분들도 계시지만

당사자만이 아는 아픔.. 정말 어려운 나날들이다


원래 다시 그곳에 가자고 떼쓰고 울어야 하는데 자기도 눈치챘는지

가자고 안 한다 식사를 마치고 키즈카페로 항한다 윤서와 유아

트렘블린 에서 즐겁게 함께 시간을 보낸다 6살이지만 어리게

보이는 윤서가 눈앞에 있지만 여기서도 아이들은 윤서있는 곳에

굳이 와서 넘어트리고 신나게 다닌다


신나게 놀다가 갑자기 집에 가자고 한다 그리고 손에 느껴지는

윤서의 심장이 집에 올 때까지 급속도로 뛰기 시작한다

어렸을 적 어머니가 심장수술하기 전 500미터 되는 거리를

힘들다며 5번 쉬어갔던 기억과 함께 스쳐 지나간다

그때처럼 힘들구나 많이



다행히 집에 와서 안정이 되고 잘 때 옆에서 보면 이유 없이

땀이 많이 나는 거 같다 일상생활과 평소 생활할 때도 꿈나라에

갔을 때도 고장 난 심장이 더욱더 아파지는데 선생님들은 양쪽에서

상반된 의견으로 부모의 마음을 조여오며 아무 결정도 내릴 수 없는

말들만 반복하고 있다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참 잊을 수 없는 하루다

그래도 오늘까지만 슬퍼하고 내일 다시 일어서야지

그래 이제 키즈카페 있는 음식점은 안 가련다

키즈카페는 윤서가 너무 좋아하니까 사람 제일 없을 때

가야겠다 윤서만 놀 수 있는 큰 놀이터를 만들어주고 싶다

너를 사랑하는 아빠기 때문에..


성큼 찾아오는 봄기운에 윤서 엄마도 나도 설레던 하루였는데

정말 쉽지 않은 악몽 같은 하루였다 그래도 오늘의 기록을

발판 삼아 나중에 이 글을 꺼내봤을 때는 비웃으며

가볍게 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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